「예행연습」 청중호응 적어 실망/대천(12·18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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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시장 리어카상 성금받고 고무 박찬종/재치있는 문답식 유세로 인기 동해시
○조직동원 흔적 역력
○…11일 경기도 부천과 안양에서 열린 민자당 김영삼후보 유세장에는 대다수의 참석 유권자들이 민주산악회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동원된 듯한 인상.
부천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유세장에는 민주산악회 여성회원들로 보이는 2백여명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탠드에 앉아 카드섹션을 이용해 김 후보를 의미하는 「03」 숫자를 연출하는가 하면 운동장의 한 주부는 「심곡1동」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어 이를 뒷받침.
안양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식전 여흥 프로그램과 찬조연사의 지원유세가 끝나고 김영삼후보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민주산악회 깃발을 들고 있던 일부 청중이 일시에 유세장을 빠져나가 조직동원이 이뤄진 흔적이 역력.<부천·안양>
○유권자 관심끌기 작전
○…11일 낮 12시30분 동해시 북평역 광장에서 열린 모당 연설원 연설회에서 연사로 나선 이 지역 지구당위원장은 재치있는 간결한 문답식 방법으로 자기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청중들이 한바탕 웃음.
이 위원장은 바람이 불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유세장에 참석한 당원들과 유권자들이 지루해하는 것을 의식한듯 단상에 오르자마자 『시험문제를 내겠다』고 운을 떼 관심을 끈뒤 『이 나라 대통령감이 누구냐』고 해 청중들이 『○○○후보』라고 외치자 『10만 동해시민은 몇번에 찍어야 하느냐』고 다시물어 『×번』이라고 외치자 『2백점을 맞았으니 더이상 연설회는 할 필요가 없다』며 연설회를 중단.
그러자 청중들은 『상대 후보는 비방하고 자신의 후보만 찬양하는 지루한 연설보다 더 효과적』이라며 이색적인 유세에 감탄.<동해>
○가족·이웃 동반도 지시
○…현대그룹은 수도권 지역 대다수 사원들에게 12일 정주영 국민당후보가 「폭탄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의도 집회에 가족과 주민들을 데리고 참석하도록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주목.
11일 현대그룹 직원들에 따르면 『공장 가동 및 영업쪽에 반드시 필요한 사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임직원들은 12일 집회 3시간 전인 오전 10시까지 가족과 동네주민 몇명씩을 데리고 참석하도록 지시를 받았다』는 것. 직원들은 또 현대그룹 선거운동조직으로 수도권 지역 사원들은 거주지 주변 몇개 통을 담당하는 식으로 편성돼 있으며,일부 지역에서는 사원의 부인들에게도 주변 여성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펴도록 하고 있다』고 전언.
이들은 이밖에도 『현대그룹은 장기 출장이나 연월차 휴가 형식 등을 빌려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원들이 선거운동원으로 등록되지 않아 말썽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가능한 한 운동원으로 등록하도록 방침을 정해 두었다』고 설명.
○「나체쇼」 만회에 안간힘
○…11일 낮 12시40분부터 충남 대천시 대천역 광장에서 열린 국민당 정주영후보 연설회에 손에 소형 당기를 든 40∼50대 주부들이 눈에 띄게 많이 참석,사회자가 『정주영후보가 모습을 나타내면 당기를 흔들고 내가 「정주영」하면 「대통령」으로 응답해 달라』며 5∼6차례에 걸쳐 예행연습을 실시했으나 반응이 미지근하자 『듣던대로 이 지역은 고집 센 양반들이 모여 사는 고장인 것 같다』고 푸념.
한편 이날 대천시 대천동 현대자동차 대천영업소 4층 건물에는 「기업활동 위축시켜 국민경제 뒤흔드는 공권력은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려 눈길을 끌었으며 시내 전역의 가로등에 국민당기와 휘장 등을 내걸어 「나체쇼」로 물의를 빚었던 국민당 대천지구당의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역력.<대천>
○수제비로 점심 때워
○…11일 낮 춘천군청앞 노상에서 강원도내 첫 연설회를 가진 신정당 박찬종후보는 연설회에 앞서 중앙시장 상가를 찾아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 시장안 분식집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해결한 박 후보는 리어커 상인으로부터 『꼭 대통령이 돼달라』며 성금을 받자 『이는 세 후보중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변화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보여준 것』이라며 고무된 표정.<춘천>
○영호남 시인대회 눈길
○…선거가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지역감정이 되살아나는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경상도와 전라도의 젊은 시인들이 12일 오후 7시 광주금호문화회관에 모여 지역감정을 허물고 민족문학의 새 길을 열기 위한 영·호남시인대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주목. 최근 출간된 영호남 시인합동시집 『망월이 어디 광주 뿐이랴』의 출판기념회를 겸해 열리는 이날 행사에는 광주·전남민족문학인협의회,부산·경남 젊은 시인회의,대구·경북민족문학인회,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 등에서 활동하는 시인 80여명이 참가하며 강연·시낭송후 「전환기를 맞는 영호남 젊은 문학인들의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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