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에세이를 마치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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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16면

‘투어 에세이’를 매주 연재하며 늘 속이 탔다. 여러 골프장을 누비며 그 감동과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아름다운 풍광과 분위기를 소개하려 애썼지만 스치는 바람 소리,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담아내기는 어려웠다. 카메라 셔터도 많이 눌렀다. 그때마다 아무리 훌륭한 렌즈도 사람의 눈이 바라보는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렌즈가 그럴진대 부족한 글이야 말해 무엇하리오. 페블 비치의 바람 소리, 토리 파인스의 구름, PGA웨스트의 융단 같은 잔디엔 글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 숨어 있다. 유치하다고 흉보일 각오를 하고 많은 시와 노래, 클림트의 그림까지 동원했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그동안 ‘미국의 명문 코스를 소개하다니 외화 유출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는 이도 있었다. ‘접근하기 어려운 미국의 코스를 알려줘 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더 많은 분이 미국에 있는 필자에게 전화로, 메일로 격려를 해주셨다. 그들은 한결같이 ‘나도 언젠가 그 코스에서 플레이하면서 같은 감동을 맛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토록 많은 골퍼가 여전히 골프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는 물론 애리조나, 네바다에서 조지아주 오거스타까지 둘러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그러나 애로사항도 많았다. 미국 땅이 좀 넓은가. 골프장까지 승용차를 몰고 가기가 벅찼다. 퍼블릭 골프장은 쉽게 부킹을 했지만 프라이빗 코스의 경우엔 회원이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했다. 이 자리를 빌려 명문 프라이빗 골프장에 초대해준 많은 분께 감사 드린다. 다만, 필자가 캘리포니아에 머무르는 탓에 동부나 중부의 골프코스를 많이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국내에서 골프는 여전히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다. 아직도 많은 분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투어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항상 이런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미국의 골프장을 미화하려는 게 아니고 골프를 통해 인생을 돌아보고 삶의 교훈을 느껴보자는 의도였다고 이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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