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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IAEA ‘핵 폐쇄’ 협의 비핵화 첫걸음 뗄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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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10면

달리는 차량을 후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정지해야 한다. 그 다음이 후진이다. 한국 정부는 이 소박한 원리를 북핵 문제에 접목시켰다. 6자회담 초기 북ㆍ미 절충안으로 활용했다. 정지는 핵활동 동결, 후진은 핵폐기 과정으로 치는 논리다.

당시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들고나온 북핵 해결 방식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였다. 동결(freeze) 단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동결과 경수로를 맞바꾼 클린턴 행정부의 제네바 합의에 대한 부정(否定)이다. 동결의 ‘f’자도 꺼내지 말라는 태도였다고 한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 해법을 내놓았다. 동결을 비핵화의 1단계로 삼았다. 각 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하는 전술이었다. 한국 정부는 핵폐기를 전제로 동결 단계를 두되, 그 기간을 최소화하는 타협안을 냈다. 이때 미측을 설득한 아이디어가 차량 후진론이다.

6자회담이 진행되면서 미국의 태도는 누그러졌다. CVID 표현을 고집하지 않았다. 올 들어 북한과 양자회담을 하고, 핵 폐쇄(shut down)를 비핵화 초기 조치로 삼는 2ㆍ13 합의에 서명했다. 동결이 ‘폐쇄’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번 주 북핵 문제는 분수령을 맞는다. 차량을 정지시키는 국면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표단이 북한에 들어가 핵시설 폐쇄와 봉인 문제를 논의한다. 핵심은 5MWe원자로의 가동 중지와 검증이다. 이 원자로를 세우면 핵무기 원료는 늘지 않는다. 다음 단계인 핵시설 불능화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비핵화의 실질적 첫걸음을 떼는 셈이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는 먼 길이다. 모든 핵시설과 핵무기도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정지 국면’의 의미는 크다. 2002년 말 북한이 IAEA 사찰관을 추방하고, 이듬해 핵활동을 재개하면서 올라간 위기지수를 돌이켜보라. 더구나 부시 행정부는 변했다. 북ㆍ미 관계정상화도 시야에 넣고 있다. 힐 차관보의 방북은 그 징표다. 북한에 대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한 주를 맞을 것 같다.
 
▶지난 주
17일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이 과반 의석 확보
19일 아세안 사무총장에 수린 피츠완 전 태국 외무장관 임명
21~22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평양 방문. 영변 원자로 폐쇄 등 북한의 213 합의 이행 의지 재확인
21~22일 유럽연합 정상회의 개최, 대통령직 신설 등 합의
22일 부시 미 대통령과 블레어 영국 총리, 양국 무기 자유수입 조약 서명
22일 응우옌 민 찌엣 베트남 주석,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번 주 
2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표단 나흘간 일정 방북
27일 블레어 영국 총리 퇴임. 후임은 브라운 재무장관
28일 송민순 외교장관-라이스 국무장관 회담(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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