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러 살인마의 리얼 액션 - 씨 노 이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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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14면

순찰 도중 한 집에서 흘러나온 비명을 듣고 안으로 들어간 두 명의 경찰. 피투성이가 된 여성을 발견하지만, 곧 거대한 몸집의 살인마가 나타나 도끼를 휘두른다. 사건 발생 4년 후, 갱생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로 폐허가 된 호텔의 청소를 위해 10대 범죄자들이 투입된다. 그러나 각 방을 엿볼 수 있는 비밀통로가 있는 호텔에는 사라졌던 살인마 제이콥(케인)이 숨어 있었다.

★★ 감독 그레고리 다크 주연 글렌 제이콥스티파니 램페니 맥 나미 러닝타임 84분

프로레슬러들이 링 위에서 펼치는 경기에 만족을 못한 것일까? 미국 프로레슬링 단체 ‘WWE’가 설립한 ‘WWE 필름스’에서 제작한 첫 번째 영화 ‘씨 노 이블(See No Evil)’은 프로레슬러 ‘케인’을 스크린으로 데려와 박력 만점의 살인 경기에 출전시킨다. 평소 자신의 소속 선수들에게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고 있는 이 단체는, 영화에서도 그 스타일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난도질 공포 영화의 이야기는 단순하면 할수록 좋다. ‘씨 노 이블’은 이런 장르 영화의 조건을 충족한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는 어쩌다 기분전환으로 공포 영화를 고르는 관객이 아니라 오랜 시간 장르 영화를 보고 즐긴 특정 팬들을 위한 영화다. 물론 프로레슬러 ‘케인’의 지지자들도 포함된다.
‘씨 노 이블’은 슬래셔 영화들의 클리셰(cliche)를 충실히 따른다. 따라서 극적 구성이 어쩌고, 배우들 연기가 저쩌고 하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21세기가 되었지만, 여전히 술과 마약과 섹스에 탐닉하는 십대들은 어김없이 사지 절단과 피바다의 재료로 활용된다.

‘씨 노 이블’의 강점은 평소 케인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살린 박진감 넘치는 살육행위에 있다. 뛰어난 특수효과와 분장의 위력으로, 매번 살육의 타이밍이 되면, 과도한 폭력행위가 발산하는 공격적 본능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연쇄살인마 케인의 최후는 놀라울 정도로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단언컨대 최근 몇 년 동안 나온 공포 영화 가운데 가장 스펙터클한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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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는 김종철씨는 영화게임만화와 합체하는 그날을 꿈꾸며 ‘익스트림무비(http://extmovi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표는 필자가 매긴 영화에 대한 평점으로 ★5개가 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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