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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 영욕의 세월] '정치시녀'서 '짱'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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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한동안 (대검 청사가 있는)서초동 쪽은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이런 말을 듣는 곳이 대검 중수부다. 매서운 수사 강도 때문이다.

이번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피크는 서정우 변호사의 긴급체포(12월 8일)와 안희정씨의 전격 소환(12일)이었다.

徐변호사는 대선 때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의 법률고문, 安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왼팔'로 일컬어지는 사람이다. 두 대통령 후보, 더욱이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된 지금 두 사람의 최측근을 구속하는 일은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거기에 5대 기업의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일을 벌였고, 여야 정당의 계좌 추적도 하고 있다.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안대희 사단'의 변신 실험은 영욕으로 점철된 대검 중수부의 역사를 바로잡는 일과도 직결돼 있다.

중수부의 역사는 1961년 4월 시작됐다. 검찰총장 직속으로 대형 경제.정치 사건을 주로 맡는 대검 중앙수사국이 첫 틀이다. 이어 수사국(62년).특별수사부(73년)를 거쳐 81년 4월 중앙수사부로 개편됐다.

1대 중수부장은 이종남(李種南) 전 감사원장이었다. 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 사기사건(82년)을 수사해 세상을 흔들었다. 2대 김두희(金斗喜)부장 때는 명성그룹 김철호 회장 사기대출 사건(83년)을 파헤쳤다.

88년 5공비리(6대 朴鍾喆), 91년 수서비리(7대 崔明夫), 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13대 安剛民)에서는 전직 대통령.장관.국회의원 등을 줄줄이 구속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죽은 권력에는 강하고 산 권력엔 약하다"는 평가가 항상 따라 다녔다. 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때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비자금 단서를, 97년 한보 비리 사건 때는 김영삼 대통령 차남 현철씨 부분을 손대지 못했다. '살아있는 권력' 현철씨는 그 직후 15대 심재륜(沈在淪)부장이 들어서면서 결국 구속됐다.

'이용호 게이트'의 부실수사(2001년)도 오점이다. "특검 할애비가 해도 더 나올 게 없다"던 중수부 관계자의 큰 소리는 차정일(車正一)특검팀이 이수동 전 아태재단이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등을 구속하면서 쏙 들어갔다.

지난해 나라종금 로비 사건 때도 노무현 대통령 측근(안희정.염동연)이 거론됐지만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심재륜 변호사는 한보 비리 수사 당시 '엄청난 외압'과 싸운 일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수사는 검사의 권한이자 의무다. 그 의무를 저버리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

김원배.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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