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로 끝난 「그릇된 맹신」(휴거소동 추적 ’92: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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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떠났던 신도 일부 돌아와 예배 재개/“일반교회에서 이단취급”융화못해/「헌금 반환신고」예상밖 한건도 없어
92년 10월28일 자정에 예수가 공중재림하고 예정된 자들만 천국으로 올라간다던 휴거소동은 그릇된 종교적 맹신이 사회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휴거 당일,우려되던 광신도들의 집단자살극·자해소동 등은 경찰의 철저한 사전대비와 여론의 감시로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지만 「병든 종교」가 종교계는 물론 사회 일반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심각한 우려·반성을 낳았다.
시한부종말론의 진원지인 서울 성산동 다미선교회는 휴거불발 직후 신도들과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간판을 내리고 교회를 폐쇄했었다.
그러나 여론이 잠잠해지고 떠났던 신도들이 하나 둘씩 다시 찾아오자 지난달 21일 서울 연남동 다미선교회 세계총본부에서 서울지역 지역장 회의를 열어 교회문을 다시 열기로 결정,예배를 시작했다.
『다른곳으로 떠나갔던 신도들이 「이단」이라고 배척받고 융화하지 못해 돌아오는 바람에 이들을 위해 예배를 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교회측의 설명. 다미선교회측은 휴거가 불발로 끝난뒤 헌금을 되돌려 주겠다며 신고함을 설치했고 관할 마포경찰서도 신고접수를 받았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피해자 본인이나 가족들로부터 신고가 접수된 것은 한건도 없다.
허무맹랑한 「알몸 휴거설」에 속아 재산을 날린 신도들이 대부분 『내가 못나 떼인 돈』으로 생각하고 반환을 체념했다는 설명이다.
휴거론을 국내에 퍼뜨린 원조격인 다미선교회 이장림목사(46)는 휴거를 한달여 앞둔 9월25일 신도들의 돈 34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서울지검에 구속된 뒤 휴거일이 다가오자 「대국민 사과문」을 내는 등 책임을 모면하려는듯한 행동을 했으나 재판과정에서는 『그래도 휴거를 확신한다』고 맹신을 굽히지 않아 빈축을 샀다.
이 목사는 4일 열린 1심재판에서 사기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고의로 신도들을 속이려던 것은 아니다』며 변호사를 선임,항소중이다.
교회에서 2백여m 떨어져 있는 이 목사 소유의 시가 5억원 이상으로 알려진 2층 양옥건물 다미선교회 총본부는 피해자들의 기습항의 등을 경계,모든 수신전화를 자동응답전화기로 녹음한뒤 대상을 분류,필요한 사람에게만 답전을 하고 있는 상태.
이 목사가 구속된뒤 다미선교회는 해외선교부장 장만호목사(54)가 예배를 주관했으나 장 목사도 휴거가 불발로 끝난 직후 당국의 출국명령으로 지난달 6일 미국으로 돌아가고 현재는 교회 이름을 정하지 않은채 다미선교회 전국지부 목사들이 돌아가며 주일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휴거일까지 매일 밤 벌이던 철야기도는 중단됐고 평일에는 전도사가 수·금요일에만 간단히 예배를 보고있다.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수원지부 우종욱목사(43)의 인도로 재개된 첫주일 예배는 잔류신도 4백여명이 참석해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공부도,일도 하지 않고 「생명강」에 흐르는 젖과 꿀을 먹으며 「영생」한다는 하늘나라의 「다미타운」행을 갈구하던 신도들은 대부분 환상에서 깨어났지만 현실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휴거일 직전 가족·친척·친구 등에게 작별편지까지 보냈다는 모여대 2년 김모씨(22)는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픈 경험이었다』며 『전에 다니던 논현동 Y교회에 다시 나가고 있지만 주위의 눈총 때문에 괴롭다』고 말했다.<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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