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의기투합의 결실이 '법률영어사전'(법문사)이란 이름으로 최근 선을 보였다. 국제상거래법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두 사람의 노작이다. 영미(英美) 법률 용어(표제어 1만1730개, 파생어 1만830개 수록)를 다양한 영어 예문과 함께 해설하고 번역했다. 이런 종류로는 국내의 첫 사전으로 평가받는다.
"우리 사회에 뭔가 감동 줄 만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감동을 주려면 내 몸이 으스러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개척자 정신으로 목숨 걸고 쓴다는 각오를 거듭하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2003년 대학을 정년퇴임 한 이후 이 사전 편찬에만 오로지 매달리다 병을 3가지나 얻은 임 교수의 말이다. 이 변호사가 해외 출장 중이라 홀로 인터뷰에 응한 임 교수는 "영어를 국제어로 쓰는 한 영미법의 확산은 막을 수 없는 대세"라면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과 로스쿨(Law School) 도입 등까지 염두에 둘 때, 이 사전은 각종 국제 거래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긴요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에 수록할 어휘를 고를 때는 일본을 대표하는 사전인 '영미법사전'(편집대표 다나카 히데오)과 '영미상사(商事)법사전'(오도리 쓰네오.기다자와 마사시온 편수) 등을 참조했다고 한다.
임 교수는 "일본의 사전들을 다 보고나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회고하면서 "영국과 미국의 수많은 판례를 찾아 실은 영어 예문 해설은 우리가 만든 '법률영어사전'만의 독창적 방식"이라고 자부했다. 임 교수는 또 "사전이야말로 학문 활동의 기본이란 점에서 앞으로 우리 학계가 해야 할 작업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건강을 회복한 후 기회가 생기면 이번 사전의 후속편 격으로 '법률한영사전'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종고(서울대.법학) 교수는 "영어가 일종의 보편어처럼 쓰이는 세계화 시대에 법률을 공부하는 데 적합한 체계로 만든 사전"이라고 평가하며 "1957년 '영미법학사전'이란 조그만 책자가 나온 이래 50년 만에 제대로 된 영미 법률사전이 나왔다는 역사적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