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수십번 올랐지만 엄홍길 같은 사람은 처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엄홍길 대장 등 정상공격조 4인이 천신만고 끝에 로체샤르 정상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을 준비중이던 지난 2일.

일부 대원들이 엄 대장에게 로체샤르를 자신들도 한번 공격해 보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때 원정기간 동안 한번도 자신의 의사를 밝힌 적이 없던 사다(우두머리) 세르파 파상 남겔(33)이 대원들의 2차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로체샤르는 이미 엄청난 행운을 원정대에게 보냈어요. 악천후 속에 대장 일행이 등정에 성공하고 살아 돌아온 것은 기적입니다. 다시 산에 오른다면 로체샤르 신이 외면할 게 분명해요. 산은 그렇게 관대하지 않아요."

대원들은 파상의 의견을 듣고 뜻을 접었다. 그리고 파상의 우려는 적중했다. 텐트와 장비 등을 거두자 마자 로체샤르 전역은 최악의 날씨로 돌아갔다. 하산조차 힘들 정도였다. 그가 대원들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엄 대장이 정상 도전에 나서기 전 날인 5월 25일. 조리장 지바(42)는 아껴 뒀던 닭을 삶아 공격조에게 내놓으며 등정 성공을 기원했다. 그가 일하는 부엌 텐트 밖에서는 향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대원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향이었다.

3개월 여 동안 한국 로체샤르 등반대를 도왔던 파상 남겔과 베이스 캠프 조리장 지바가 엄 대장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중이다.

파상은 "저는 17 차례, 지바는 30번이나 외국 원정대와 산을 올랐지만 이렇게 자기 나라로 초청해 준 사람은 엄 대장이 처음"이라며 "한국팀이 다시 산에 오르자고 제안해 오면 기꺼이 나서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들은 국내 명승지를 관광하고 이달 말쯤 귀국할 예정이다.

글.사진=김춘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