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40% 청소년 고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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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국의 중.고등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아예 출입조차 할 수 없는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유로 유흥업소를 찾고 있으나 세 명 중 한 명은 하루 여덟시간 이상 일하는 등 근무여건이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6월 두 달 동안 전국의 중학생 1만8천5백6명과 고교생 1만8천3백19명 등 3만6천8백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2.1%인 7천9백69명이 지난해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대상 표본의 남녀 비율은 51대49였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2.4%인 1백93명은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 등에 따라 출입과 고용이 금지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고 답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전국 중.고교생(지난해 말 현재 3백66만3천5백12명)의 1%를 대상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모두 1만9천3백여명이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는 전국의 유흥업소가 4만5천여곳(보건복지부 집계)인 점을 고려할 때 유흥업소 열 곳 중 네 곳(43%)은 19세 미만의 학생을 한 명 이상 종업원으로 고용했다는 의미라고 노동부는 분석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까지 포함할 경우 청소년의 유흥업소 취업은 더 많을 것으로 노동부는 추산했다.

노동부는 "청소년들이 유흥업소를 찾는 이유는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은 혹사당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34.2%가 하루 평균 여덟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했다. 유흥업소 대부분이 저녁에 문을 여는 점을 감안하면 이곳에서 일하는 청소년들 중 상당수가 다음날 이른 새벽까지 일하는 셈이다.

또 유흥업소에서 근무했던 중.고생 중 28%는 '6개월 이상 1년 이내 상시 근로를 했다'고 대답해 상당수 청소년들이 방학기간뿐 아니라 학기 중에 학교와 유흥업소를 오가며 돈을 벌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33.2%는 '아무 때나 일할 수 있었다'고 응답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유흥업소 취업이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7천9백여명의 학생 중 하루 또는 이틀짜리 '전단지 배포.스티커 부착'등 일회성 근로 경력자를 제외하면 4천8백80명이 사업장에 취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를 한 중.고교생들은 ▶여덟시간 이상 일하거나(20.5%)▶사업주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고(42.4%)▶욕설과 폭행에 시달리는(6.4%)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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