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어떻게 되나/선관위 중재나서 성사 주목(대선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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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책대결로 건전선거풍토 조성/자유로운 운동권리 제한 지적도
중앙선관위(위원장 윤관)가 대통령후보의 TV토론을 성사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현행법상 방송토론은 방송사가 주관하게 돼있어 선관위가 적극 나서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선관위가 방송토론의 성사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TV토론이 선관위가 이번 대통령선거의 관리 목표로 삼았던 정책대결 유도에 크게 기여하리라 보기 때문이다.
○…윤관위원장은 4일 선거관리자문회의를 열어 『TV토론은 국민이 후보를 보다 잘알 수 있게 하고 후보자는 효율적으로 국민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며 『어떻게든 성사시켜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윤 위원장은 특히 현행법에 후보들의 TV토론을 선관위가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은 없으나 3당후보의 토론에 국민의 관심이 높은만큼 선관위로서는 건전한 선거풍토 조성이라는 차원에서 성사될 수 있도록 후보측과 방송사의 중간에서 적극 주선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관리의 중점을 정책대결 유도와 준법선거풍토 조성에 두었다. 또한 개정선거법은 불법의 소지와 낭비의 요소가 많은 대규모 세몰이보다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한 운동에 중점을 두도록 하고있다.
따라서 선관위는 학자들을 후원,정책비교 모형을 만들었고 정책설명회도 갖도록 주선해왔다. 그러나 선관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책대결 풍토가 만족할만한 수준에 오지 못했다는 자체평가를 통해 방송토론의 성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TV토론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기본적으로 어느 특정정당이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TV토론의 공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는데 누구도 자신을 갖기 어렵다고 보고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선관위가 나서서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데 적극 나선다면 성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의 이같은 판단에는 문제가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선관위의 이같은 입장은 자칫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선거운동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후보의 권리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 또 미국 등 일부국가에서만 이루어지고,일부 문제점도 지적되는 방송토론을 반드시 바람직한 선거운동 방법이라고 권장할 근거는 그리 강하지 않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일단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니 한번 시행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을 규정하기에 따라 말싸움이나 감정대립도 지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들어 질문내용을 미리 주어 충분히 사전검토할 수 있게 하면 문제점이 의외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주·국민당은 선거전 이전부터 「자질론」을 내세워 김영삼후보에게 후보토론 공세를 계속 펴왔으며 선거전에 돌입해서는 그 강도를 한층 높여 다소 비방으로 느껴질 정도로 김 후보의 토론기피증을 쟁점화 하려고 전력하고 있다.
대김영삼 공세에는 여러 분야에서 적극 공조해온 양당은 4,5일 연이틀 양당대변인 공동명의의 성명으로 TV토론을 거듭 촉구하면서 김영삼후보가 피한다면 비겁하다는 인상을 주려고 TV토론안을 제시했다. 양당은 ▲후보전원(8자안) ▲국회의석 보유 정앙후보 전원(5자안) ▲민자·민주·국민 3자안의 3단계 TV토론안을 타협안으로 내놓았다.
양당은 14일 밖에 남지 않은 선거기간에 세차례의 TV토론을 현실성 있는 것으로 여겨서가 아니라 TV토론을 기피하는 김영삼후보를 더 한층 궁지에 빠뜨리려는 정치공세의 일환이다.
양당이 「토론회에서 김영삼후보가 정책브레인을 대동해도 좋다」는 추가조건까지 내건 것은 「김영삼 흠집내기」와 자질공방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김대중민주당후보가 5일 대전유세에서 『3당후보 TV토론을 통해 금권선거 문제와 전국연합과의 정책연합 타당성을 가려내자』고 치고 나온 것도 국면전환을 노린 것을 뒷받침한다.
○…민자당은 후보 TV토론에 소극적인 자세다. 『TV토론의 형식만 합의된다면 언제라도 응하겠다』는 공식입장과 달리 속으로는 『김영삼후보가 토론에 능하지 못한데 TV토론의 위험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다.
그렇지만 대통령선거가 정책대결의 장이 돼야 한다거나 유권자에게 올바른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여론의 공감대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정신을 구실로 후보 전원 참여의 TV토론만 주장하고 있다.
8명의 후보가 모두 참여할 경우 제한시간 2시간 내에 후보당 2,3개의 질의응답 밖에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김영삼후보의 입장에서는 실수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고 위험부담도 덜게된다는 계산이다.
민자당은 그러나 민주·국민당이 계속 3자 TV토론 문제를 물고늘어지고 있고 선관위까지 나서 TV토론에 응할 것을 종용하고 있어 입장이 난처하다.<이재학·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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