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직원 대선지원은 사실”/정주영후보 관훈토론 일문일답(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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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태준씨 출국전 국민 입당 약속/현대는 「분가」식으로 해체할 방침/후보 중도사퇴할 생각 전혀없다/전재산 희사 폭탄선언 사실무근
정주영국민당대통령후보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양김씨를 집중 공격하면서 곤란한 질문에는 원론과 농담으로 피해갔다.
­정 후보가 3조원의 재산 전액을 농어가 부채탕감 등에 희사하는 등 폭탄선언을 할 것이라는데.
『내 재산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재산을 합리적으로 모든 국민들이 「아,그렇구나」라고 인정할 수 있게 처리할 생각이다. 연말 선거에 활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
­재산이 대부분 주식인데 당장 현금화 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또 선거를 앞두고 개인 돈을 지원한다는 얘기는 금권선거의 의혹이 있지 않나.
『물론 현금화 할 수 없다. 이번 대선의 야당탄압은 사상 유례가 없다. 금권·관권선거는 민자당 후보가 하고있다.』
­4월말 편집인협회 초청토론회에서 「정경유착은 정치인 책임」이라고 했는데 기업인도 책임이 있지 않나.
『이권 주고받은 것은 양쪽 책임이다. 전에도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다. 기록을 찾아보도록 하자. 돈을 달라고해 준 적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권을 받은 적은 없다.』
­정치자금을 편하게 살려고 줬다고 했었는데….
『전두환대통령 시대에는 그랬다. 그사람 성격이 워낙 무지막지해야지.』(웃음)
­그럼 그 돈이 회사돈인가,개인돈인가.
『회사돈으로 줬다. 전 전대통령은 툭하면 「손좀 봐야겠다」고 했으니까.』
­회사돈으로 냈으면 배임아닌가.
『주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대가 중요한 중추산업을 많이 맡고있는데 선거운동을 하느라 우리 경제전반에 지장을 주는 것 아닌가. 또 다른 재벌도 방패막이용 정당을 만드는 것 아닌가.
『현대직원들이 우리당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들 일도 열심히 하고있다.』
­금권선거 시비와 관련,적발된 사례중 국민당이 가장 많은데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우리 당의 많은 사람이 단속되고 구속된 것은 사실이다. 구속된 사람들은 주로 서산농장을 시찰했던 사람들이다. 그 시찰은 정당법상의 정당한 정당활동이다.』
­기업인으로서 경험을 내세워 경제대국·통일한국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은 다르지 않는가.
『범위만 다를뿐 대동소이 하다고 본다. 앞으로 내각제를 도입하면 모든 것이 잘 되고 지역감정도 사라질 것이다.』
­그동안 현대를 경영하면서 지독한 독재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회의를 통해 좋은 의견을 도출해 내는 것이 민주주의다. 하지만 가장 많이 생각하는 사람의 의견이 채택되게 마련이다.』
­안기부에서 특정후보를 지원하고 있다고 폭로했는데 증거가 있나. 또 박태준 전민자당 최고위원이 귀국하지 못하도록 감시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뒷받침 할만한 증거가 무엇인가.
『안기부가 얼마나 무서운 기관이냐. 증거없이 폭로할 수 있겠느냐. 박 의원 문제는 출국 전날 그가 나와 만나 국민당에 입당키로 완전 합의했다. 늦어도 10일까지는 귀국할 것으로 보며 귀국하면 우리당에 입당할 것이다.』
­정 후보는 정호용의원도 국민당에 입당할 것이라고 말했었으나 그는 민자당에 입당하지 않았다.
『총선 전부터 우리 당에 입당키로 약속했다. 그러나 그후 만났더니 어디서 침을 맞았는지 횡설수설 하더라. 그래서 나는 그렇게 줏대없는 군인은 장군이 아니라 졸병이라고 했다.』
­세간에서는 정 후보가 말을 너무 가리지 않고 한다는 평이 있다. 지난 3월에는 미군 주둔지역 깊은 산속의 핵시설 공사에 현대가 참여했다고 말해 북한에서 이를 문제삼은 적이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고서도 국가 기밀사항들을 함부로 말할 것 아니냐.
『그것은 오래된 이야기며 남한에는 지금 핵시설이 없어졌기 때문에 말했다.』
­비공식적으로라도 노 대통령을 만난적이 있나.
『지난 여름 한번 만났다. 그때 우리 아들이 갇혀 있을때다. 자꾸 물어보니 아니라고 할수도 없고 야단이다.』(폭소)
­국민당이 주장하는 안기부 내의 대선담당 보좌관실 문제를 대통령에게 조사하라고 건의할 용의는.
『선거가 2주일 밖에 남지않아 조사하더라도 제대로 집행될지 의문이다. 좀더 생각해 보겠다.』
­거론되는 사람들이 안기부의 실질적인 책임자들인데 이들이 조사한 간첩단사건의 수사 결과를 믿고있나.
『수사결과는 믿는다. 민자당도 관련자가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
­지난주 강원지역 유세때 「강원도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등 또 다른 지역감정을 부추긴 것이 아닌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대통령이 되면 김일성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것인가.
『중요한 문제이므로 신중히 검토해 결정하겠다.』
­남은 선거기간중 후보를 중도사퇴할 생각은 없나. 사퇴한다면 누구와 손잡을 것인가.
『사퇴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나는 그동안 일단 시작한 것은 도중에 포기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다른 후보라면 모르지만 재벌인 정 후보가 내각책임제를 얘기함으로써 한국 정치가 군사정치에서 재벌정치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있는데.
『집권후 경제만 기틀을 잡으면 2∼3년내 개헌을 해도 좋다고 생각하며 내가 집권하면 정국은 큰 지각변동이 오고 국민당이 다수당이 될 것이다.』
­국회의원을 매수함으로써 내각제가 정치부패를 더 심화시킬수도 있는데 재벌정치 우려를 씻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구상하고 있다.
『부패가 뒤따를 우려도 있으나 이를 예방할 방책을 생각하고 있다. 또 「허기진」사람들을 어떻게 교육시킬지도 생각중이다.』
­어렵게 당선된 대통령직을 내각제 개헌으로 포기할 수 있나.
『대통령은 국가의 헌법에 따른다고 선서하는 만큼 개헌이 되면 그대로 따를 것이다.』
­올해 78세이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84세에 임기가 만료되는데 격무를 감당할 자신이 있나.
『세후보중 5년동안 하루도 아프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일 것이다.』
­여성 관련 스캔들이 복잡하고 자녀문제 등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루머가 많은데.
『신부·목사처럼 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어떤 여성에게 원망을 산적도 없고 우리 가정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복형제를 많이 두고있지 않은가.
『큰애 몽필이를 출산한 첫 아내는 딴 곳으로 개가했다. 막내 아이도 바깥에서 얻은 것이 사실이다.』
­부인을 2년째 중앙병원에 강제입원시키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하늘 아래 강제입원이 있을 수 있는 얘기인가. 산후관리를 잘못해서 그런 것이다.』
­대통령이 된후 많은 친인척 및 자식들과 현대 관계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생각인가.
『현대는 도와주지도 않겠지만 탄압하지도 않을 것이다. 당선되면 가족들과의 만남은 한달에 한두번씩 청와대가 아닌 우리 집에서 만나는 외에는 일절 청와대로 부르지 않겠다.』
­재벌해체 주장에 대한 의심들이 많다. 정 후보 주장의 신뢰성을 위해 먼저 현대부터 해체할 용의는.
『모든 기업이 재벌해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1년간 유예를 두고 상호지급 보증을 해지하면 된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 이건 꼭 할 생각이다.』
­그러나 현대의 재벌해체는 사실은 분가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닌가.
『분가라면 분가라 할 수 있다. 우리 아들도 한 기업에서 몇십년간 일했으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가.』<정리=신성호·문일현·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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