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도 美 '힘의 논리' 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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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이 한.미 간 통상문제로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농무부 대표단을 한국과 일본에 급파해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금지가 지나치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01년 9월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강하게 나오면 수입금지 조치를 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미국은 광우병이 만연한 유럽에선 특정 위험물질을 제외한 살코기의 수입은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완화할 경우 한국만 수입금지를 고수하기가 부담스러워질 전망이다. 미국이 형평성을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제소할 경우 본격적인 통상마찰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대표단 왜 오나=미국 정부는 수출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광우병으로 수백만 마리가 도축된 유럽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논리다. 이런 주장은 과거 유럽에 대한 미국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2001년 광우병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을 때 미국은 여덟 가지의 방역대책을 내놓으며 유럽을 압박했다.

특정 위험물질의 수입을 금지시킨 것은 물론이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둔군이 교체될 때 군인들의 이삿짐 등에 대한 방역을 실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미국은 막상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하자 다른 나라의 수입금지 조치를 푸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아시아 지역,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10월 미국산 쇠고기 및 부산물 수출 통계에 따르면 일본이 32만t(11억7천만달러어치)을 수입해 가장 많았고, 멕시코(29만t.7억6천만달러어치)와 한국(20만t.6억8천만달러)이 뒤를 이었다.

한국과 일본을 합치면 단연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미국의 광우병 문제는 앞으로 쌀 시장 개방협상 등 한.미 간 통상협상에서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금까지 유럽과의 협상에서 광우병이 유럽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이유로 유럽연합(EU)이 문제 삼고 있는 미국산 소의 호르몬 투여 문제에 대한 규제를 비켜가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광우병을 문제 삼을 경우 이는 양국 간 통상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입장=국제수역사무국은 광우병 발생국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총론적인 수준만 언급된 형태다. 이 때문에 6백80개에 이르는 특정 위험물질 중 어떤 물질을 수입금지할지는 수입국이 판단해서 정하게 된다.

농림부 김달중 축산국장은 "현 단계에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국제적 형평성을 감안하고 산업용 재료의 경우 관련 산업의 영향 등을 감안해 제한 폭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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