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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세계바둑오픈' - 후야오위, 이세돌마저 격파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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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4국
[제10보 (149~165)]
白.胡耀宇 7단 黑.李世乭 9단

전보의 백△가 이세돌9단을 쓰러뜨린 최후의 일격이 됐다. 깊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끝끝내 무릎을 꿇지 않던 李9단도 이 수를 보자 때가 왔음을 인정한 듯 자세를 흐트러뜨린다.

후야오위7단은 아직 긴장을 풀지 않는다. 152까지 대마가 살아 승부는 결정났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이세돌9단은 151, 153으로 움직여 우변 백 대마를 노린다. 156으로 끊어지면 백보다는 흑이 더 위험해 보이지만 李9단은 상관하지 않는다. 바둑은 졌다. 그 참담한 기분 속에서 그는 습관처럼 몇 수를 더 두고 있다. 말하자면 李9단은 상대가 좀더 확실히 목을 쳐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가지 의문점이 있다. 153으로 '참고도' 흑1로 먼저 잇고 백이 2로 살아갈 때 3, 5, 7로 파호하면 대마가 한집밖에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해답은 8, 10으로 패가 되는 것. 다만 백엔 A, B, C 등 팻감이 많아서 오히려 귀의 흑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또 C로 끊는 그 자체로 수가 되는 뜻도 있다.

후야오위7단은 158로 수를 늘린 다음 162로 넘어갔다. 시각적으로도 흑의 사망이 한눈에 보이는 장면이다. 이세돌9단은 여기서 돌을 던졌다. 피로 얼룩진 한판이었다. 싸우고 또 싸우다가 오강(烏江)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항우의 최후처럼 획이 선명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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