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오일달러로 힘쓰는 뽀빠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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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톰 랜토스(사진)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외국의 전.현직 최고 지도자들에게 잇따라 독설을 퍼붓고 있어 자칫 외교문제화할 조짐이다.

랜토스 의원은 18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서방국가에 대한 공세적 입장을 강화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화영화 캐릭터인 '뽀빠이'에 비유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랜토스는 "러시아가 석유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 수십억 달러가 크렘린 궁으로 흘러들어갔다"며 "푸틴 대통령은 이 '돈 시금치'를 먹고 근육이 한껏 부풀려진 뽀빠이 같다"고 비꼬았다. 그는 "최근 러시아가 석유 수출로 호황을 누리면서 그 지도자들이 한껏 도취해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좀 더 예의를 갖추고 협력하는 게 이롭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렌토스는 이에 앞서 지난주엔 슈뢰더 전 총리가 2005년 퇴임 직전 러시아의 석유를 독일로 공급하는 송유관 건설에 합의했고, 퇴임 직후 러시아 국영석유회사가 대주주인 송유관 회사 대표로 취임한 것에 대해 "슈뢰더를 정치적 창녀라고 부르고 싶다"고 대놓고 비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최근 미사일방어(MD)를 비롯한 여러 의제를 놓고 미.러 간에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국의 많은 의원이 공산권 국가와의 무역을 제한하는 잭슨-바닉 무역법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최근 일방적인 행동은 이 법의 폐지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나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잭슨-바닉법은 옛소련과 그 위성국들이 자국 내 외국인, 특히 유대인들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한 데 대한 보복으로 1974년 도입한 것으로 미국과 공산권 국가와의 무역을 제한하고 있다.

랜토스 의원의 발언은 2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러 하원 외교위원회 첫 합동 공개회의를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이번 합동회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7월 초 메인주에 있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별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의원들이 양국 간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쟁점들을 사전에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 회의를 주재하게 될 랜토스 의원은 "두 나라 의원들은 양국의 모든 문제에 대해 실질적이고 유익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미국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히틀러의) 제3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방된 민주주의 사회"라고 말했다. 지난달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식에서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독일 히틀러의 '제3제국'에 비유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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