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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왕인 대통령이 경고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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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오전 입을 굳게 다문 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권오규 경제부총리. [사진=안성식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참여정부 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은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노 대통령 발언 선거법 위반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발언과 입을 막는 게 어느 나라 헌법의 발상이냐"고 선관위를 맹렬히 비난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후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부산 참여정부 평가포럼' 창립대회 초청 강연에서 "나라의 왕이고, 집안의 가장이 돼야 할 대통령이 연일 선관위로부터 경고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기구(대통령과 선관위)라고 해서 똑같은 헌법기구라고 할 수는 없으며 권력의 정통성은 선출직에서만 나온다"고 전제한 뒤 "(선관위의 결정은) 행정수도법을 헌법재판관 몇 명이 뒤집은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특히 "독재정권에서 국가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한 임명직 공무원들이 민주화되니까 권력을 무서워 하지 않고 있다"며 "(선관위가) 대중 앞에서 정치활동까지 하면서 언론권력의 눈치를 보며 자기 기관을 운영해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임명직 공무원들이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오버해선 안 되며 검찰총장.선관위.헌법재판소 등 임명직 기관은 정확하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같은 얘기를 했다.

천호선 대변인은 "선관위의 결정은 '대통령의 입을 봉하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권리를 완전히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니 선관위 결정에 충돌하지 않게 발언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문재인 비서실장이 주재한 정무 관계 수석비서관 회의를 거쳐 내려진 결론이다.

천 대변인은 "(대통령이) 앞으로 일일이 발언하기 전에 선관위에 질의하고 답변을 받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말대로라면 대통령이 사전에 연설 내용을 선관위에 보내 자문하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선관위에 그만큼 부담을 주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노 대통령은 선관위의 중립의무 촉구 요청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무회의에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조사해 발표하라는 지시도 했다. 그는 "정부 산하의 수많은 연구기관들은 중요한 정책 공약에 대한 타당성을 조사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며 "국회 제출을 가지고 선거법 시비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명령"이라는 표현을 썼다.

경우에 따라선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요구하는 형식을 빌려 한나라당 후보들이 제시한 각종 공약의 타당성 논란이 국회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박승희.이가영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한민국 대통령(제16대)

1946년

[現] 대통령비서실 대변인

1962년

[現] 고려대학교 아세아연구소 연구원

196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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