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3월 도입 양성자 치료기, 얼마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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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장비 구입, 시설 공사 등 총 소요 비용 480억원, 연간 운영비 65억원.

국립암센터가 지난 3월 국내 처음으로 가동시킨 양성자 치료기(사진)는 '돈 먹는 하마'다.

엄청난 자금이 투자된 장비인 만큼 암환자들은 "뭔가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다. 게다가 양성자 치료기 앞에 붙은 '암 무혈 정복' '꿈의 치료기' 등의 수식어가 이들의 기대 수준을 한껏 높여 놓았다.

양성자 치료기는 과연 암환자의 기대를 채워줄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암인 위암의 치료에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 2위(폐암).3위(간암)의 암에도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게다가 다른 부위로 전이된 암에는 적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양성자 치료로 상당한 효과를 얻은 암은 뇌의 밑부분에 생기는 '뇌기저부 척색종', 눈에 생기는 '맥락막 흑색종', 뇌수막에 생기는 '악성 수막종' 또는 '비정형 수막종', 연골에 생기는 '연조직 육종' 등이다. 하나같이 드문 암이다. 이처럼 제한된 몇몇 암을 제외하고 다른 암에서는 양성자 치료 성적이 다른 치료법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못하다.

암센터 유근영 원장은 "양성자 치료기는 소아암 환자에게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양성자 치료는 기존의 방사선 치료보다 적은 방사선량을 사용하므로 그만큼 부작용(어린이의 성장.발달 장애)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수가 많은 암 가운데는 전립선암.초기 폐암.간세포암.뇌기저암 환자 중에서 기존 방사선 치료법의 부작용을 견디기 어려운 환자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척추주변암.동정맥 기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그러나 이 여섯 가지 암에 대해서는 IMRT 치료법 등 기존의 방사선 치료가 효과 면에선 양성자 치료법과 동등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양성자 치료는 방사선 치료의 일종이다. 방사선 치료가 X선을 암 부위에 쪼여 암세포를 파괴하는 데 비해 양성자빔(선)을 쓴다는 것이 차이다. X선은 암세포 주변의 정상 조직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작용이 심하다. 그러나 양성자빔은 10~30㎝ 깊이에서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낸 뒤 에너지를 잃어버리는 특성이 있어 나머지 정상 조직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보다 부작용이 적은 것은 이래서다.

단점은 비용이 높은 것. 암센터 양성자 치료기 1회 치료비용은 약 70만원. 1주기 암치료를 전부 마치려면 1500만~2000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이 견딜 만하다면 효과는 같되 가격 부담이 덜한 기존의 방사선 치료가 더 권장된다. 치료비까지 고려하면 양성자 치료기가 꼭 필요한 환자는 국내에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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