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 프로야구 러시아도 스카우트 "표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선수확보에 혈안이 된 미 프로야구는 중남미와 호주를 거쳐 이제는 삭풍의 시베리아까지 스카우트 범위를 넓혀 급기야 러시아출신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카운트 다운되고 있다. 더욱이 93시즌부터 플로리다 머린스와 콜로라도 로키스가 메이저리그에 참여하게 됨에 따라 선수 스카우트는 경쟁차원을 떠나 「월드 와이드」화해 전세계가 미국의 스카우트 우산 속에 갇히게 됐다.
「왼손 투수가 있는 곳이면 지옥이라도 쫓아가 계약한다」는 미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은 시베리아출신 선수들에게『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만 하면 백만장자가 된다』는 달콤한 말로 「아메리칸 드림」을 심어 주고 있다.
현재 미 프로야구 수업을 받고 있는 러시아 출신은 모두 3명으로 모두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팀에 소속되어 있다.
최초의 러시아 출신 메이저리그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루돌프 라지가예프(24)로 왼손투수다.
동료들 사이에 루디로 통하는 라지가예프는 시베리아남부 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의 시베리아시 출신으로 현재 애리조나 메사에 있는 루키리그에서 구 위를 다듬고 있다.
또 내야수인 일리아 보가티예프와 예브게니 푸츠코프가 바로 제1호 러시아출신 메이저리그 선수를 꿈꾸는 장본인. 에인절스 구단은 구 소련의 3억 인구가 스포츠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며 세계체육계를 평정한 것을 주시, 야구 센스 또한 뛰어날 것이라고 판단하고 미리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을 스카우트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러시아 선수들은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스카우트의 감언이설(?)을 끝까지 믿는 순진함과 함께 미국선수들과 달리 절도 있는 행동과 코치의 지도에 순종, 야구를 시작한지 불과 4년만에 가능성 있는 선수들로 발돋움하고 있다.
보브 폰테인 에인절스 스카우트부장은『지난90년 시애틀에서 열린 굿월 게임에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봤으며 장래를 내다보고 이들을 지난 3월 모스크바에서 데려왔다』고 말했다.
이들 러시아 3총 사가 야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87년 구 소련의 중앙체육위원회(CSC)가 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됨에 따라 그동안 자본주의 스포츠라고 금해 온 야구의 활성화를 꾀하면서부터다.
아침6시에 기상, 하루종일 훈련하는 루키캠프가 마치 소련군대 같다는 이들의 얘기다.
이들을 지도하는 빌 라처맨 코치는『내야수 2명의 민첩함과 빠르기는 당장 메이저리그에 데려다 놓아도 손색없으나 번트를 전혀 대지 못한다』고 말했다.
라처맨 코치는『러시아 야구의 수준이 낮아서 세기를 갖추지는 못했으나 지도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에인절스팀은 3명의 코치 외에 러시아 통역을 한명 더 두고 있다.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40도를 웃도는 애리조나의 불볕더위 속에서도 이들의 파이팅은 돋보이며 동료들과도 잘 어울려 서서히 미국화 되고 있다.
보가티예프는 날 때부터 야구공을 갖고 노는 미국인 투수를 상대로 2할5푼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고 푸츠코프도 2할의 타율을 올리고 있다.
또 라지가예프도 착실한 기본기와 마운드 운영을 익히며 미완의 대기로 커 가고 있다.
라처맨 코치는 러시아출신선수들이 앞으로 10년 이내에 메이저리그를 누비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