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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친한파' 키우는 게 진짜 중국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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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 베이징 위옌(語言)대에서 16일 열린 '제1회 한국어 백일장'에 참석한 50명의 중국 학생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모두 한국어과에 재학 중인 한족(漢族)이다. <본지 6월 18일자 2면>

시안(西安)외대 2학년 쑤정잉(여)은 백일장에 참석하기 위해 기차 편으로 12시간 걸려 베이징에 왔다. 그녀는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탔다는 소식에 그녀의 출연 영화를 모두 찾아 보는 중"이라며 '한국 사랑'을 자랑했다.

"매주 2~3번은 한국어로 일기를 쓴다"(이정화.헤이룽장대 4년), "한국 도서관 사서직을 자원해 매주 소설 한 권을 읽고 있다"(정양.여.톈진사범대 3년)는 학생도 있었다.

백일장을 주최한 성균관대 관계자들조차 놀라워 했다. 그들의 필체.맞춤법.내용 3박자를 갖춘 매끈한 글솜씨뿐 아니라 중국 학생들의 열기에 감탄했다.

이들 학생은 '한류'의 세례를 받고 자란 세대다. 이제 그들의 관심은 'H.O.T' '대장금'을 넘어 한국의 정치.경제.역사로 넓어지고 있다. 뤄위안(여.광둥외어외무대 4년)은 백일장에서 외환위기 당시의 금 모으기 운동과 기업 해외 매각을 자세히 서술해 심사위원의 감탄을 자아냈다.

뤄위안은 "중국 발전에 도움될 만한 교훈과 정보가 많아" 한국 역사책을 자주 읽고 있다고 했다. 장후이(여.베이징제2외대 3년)는 "인터넷으로 삼성.LG 같은 대기업에 대한 뉴스를 챙겨 본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전하는 중국에서의 한국어 열풍은 대단했다. 현재 한국어.조선어과가 있는 중국 대학은 56개, 재학생은 5000여 명에 이른다. 왕궈잉(22.산둥사범대 4년)은 "한국어과 입학생의 성적이 영어과나 일어과보다 높다"고 귀띔했다.

위옌대 한국문화연구소 최순희 교수는 "비전공 학생들을 위해 개설한 교양 수업에는 타 대학 청강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전했다.

중국 젊은이들의 한국.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우리로선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세계 최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이들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들에 대한 체계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안일환 위옌대 교수는 "대다수 학교에선 제대로 된 교재는 물론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도 구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명학 성균관대 사범대학장은 이렇게 제안했다. "한류에 매료됐던 중국 젊은이들을 교육을 통해 미래의 '지한(知韓)파' '친한(親韓)파'로 만드는 게 최상의 중국 투자입니다."

천인성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