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교육을 정상화 하자면…/김호길(시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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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학입시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다음주중에 전기대학 원서접수가 시작되고 12월 하순엔 입학시험이 시행된다. 입시계절때마다 대학의 신입생선발이 지상에 크게 보도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선거의 공약사항으로 입시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전교조가 내거는 「참교육」도 입시교육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국민 모두가 대학의 신입생 선발방식과 아울러 올바른 중등교육 문제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둘러야 할 전인교육
교육법에는 학생의 입학·졸업에 관한 사항은 학교의 장이 정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1950년대만 하더라도 대학의 학생정원을 제외한 입시에 관한 문제는 모두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했으며 대학입시가 한날 한시에 이루어지지 않아 학생이 복수로 시험볼 기회가 있었다. 그것이 대학입학생의 질적향상과 중등교육에서 전인교육을 강조하기 위해 개선한다고 하다가 결과적으로 교육에서 금기해야 할 획일로 개악의 길을 걷게되었다.
드디어 정치에는 포함될 수도 없고 포함되어서도 안될 신입생의 선발문제가 정치문제화 하는 한심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94학년도부터 대학의 자율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지게 되어 다행이지만 정치나 행정이 아닌 교육분야의 사람들이 보다 깊이 생각해 대학입시에서 자율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대입방법 다양화 해야
고등학교는 중등교육을 마친 사람을 받아 전인교육을 바탕으로 민주시민으로서의 보통교육을 완성하는 기관이고,대학은 전인교육을 받은 고교졸업생을 입학시켜 전문교육을 이룩하는 곳이다. 따라서 고교교육은 대학입시를 의식하지 않고 전인교육에 충실해야 하며 고교에서 전인교육이 아닌 입시위주 교육을 이룩하는 것은 대학이 바라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명문대학에 많은 입학생을 내는 것이 고교의 명예를 올리고 학부모가 바라는 사항이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시험이 있는한 고교에서 입시교육을 배제하는 것은 힘든일이다.
고교에서 입시교육을 않도록 하는 방법은 대학의 신입생 선발방법을 모르게 하든지,명문대학의 선발방식이 극히 다양해 모든 명문대학의 입시를 함께 준비하는 길이 정상적 고교교육 밖에 없도록 하는 것 뿐이다. 반대로 고교에서 입시교육을 강화시키려면 대학입시에 필요한 학과목을 널리 알리고 모든 대학이 같은 학과목에 같은문제를 사용할 경우로 이 방법이 현재 고교를 입시준비기관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교에서 입시위주의 교육을 하지 않겠다면서 대학입시 과목을 고교에서 미리 알게해 학생지도에 편리하게 하겠다는 것은 모순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94학년도부터 시행할 수학능력시험이 이떤 것인지 잘 몰라서 고교의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수학능력시험에 이의가 제기되는 모양이다. 고교에서 정상적 전인교육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고교의 교과과정 안에서 해마다 문제의 양식을 바꾸고 난이도를 바꿔 수학능력시험만을 위한 장기적 준비가 불가능 하게 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수학능력시험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없어 고교에서 학생지도에 지장이 있다는 비난은 바로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며,미국에서 학력고사 문제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학력고사를 위한 별도의 준비교육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고교교육이 입시위주 교육이 아니고 정상적 전인교육이 되는데 도움이 되는 몇가지 사항을 생각해 보자.
○내신비율 확대 바람직
첫째로 내신성적을 보다 중시하는 일이다. 그것이 고교간의 교육차이를 고려하지 못하는 단점은 있지만 입시위주의 교육을 피하는데 도움을 준다. 더구나 단 한번의 시험으로 학생의 능력을 측정하는데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94학년도 입시부터 내신성적 반영을 상향조정한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며 앞으로 내신을 더욱 중요시 하면 고교평준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로 최일류의 명문대학을 많이 육성하고,이 명문대학들간에 신입생 선발방식이 같지 않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앞에서 얘기한대로 고교에서 입시준비를 못하게 시험과목과 난이도를 해마다 바꾸는 일이다.
셋째로 명문대학 사이에 시험날짜를 달리하고 복수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다. 복수지원을 허용하면 고학력자의 재수가 줄어들고 여러 대학을 위한 입시준비를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학과목을 공부해야 할 것이다.
넷째로 인문계의 수학과 자연계의 국어 등 교양에 필요한 학과목을 보다 더 쉽게 출제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정상적 수업으로 만점가까이 받을 수 있으면 과외공부가 줄어들고 동시에 취미를 살릴 수 있는 여가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고교 2년 수준의 평이한 문제로 고교졸업 자격시험을 도입하기 바란다. 고교가 대학입시생만을 위한 교육에서 탈피하고 졸업생들의 평균과 기초실력을 향상시키는데 졸업시험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입시를 포함,정원문제를 제외한 모든 문제는 대학에 맡겨 대학의 학사문제가 정치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포항공대학장·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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