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약 이행 아이디어 봇물/클린턴 진영 “행복한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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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각 연구기관서 정책건의서 쇄도/일부선 “너무많아 되레 혼란” 우려
정권인수를 준비하고 있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당선자 진영은 요즘 색다른 일로 즐거운 비명과 함께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미국내의 여러 단체나 연구기관들로부터 선거공약을 이행할 아이디어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책제공은 이제까지 공화당행정부아래 빛을 보지 못했던 자유주의적 연구기관들뿐 아니라 그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단체들,심지어는 외국인들도 참여하고 있어 정권인수팀은 혼란을 겪을 정도다.
이같은 정책아이디어의 홍수에 대해 뉴욕타임스지는 「오랫동안 활동을 멈췄다 다시 폭발하고 있는 화산의 용암」에 비유할 정도다.
지난주만도 수십건의 정책제안들이 정권인수팀에 제시됐다. 이 가운데 한국언론에 미 행정부개편안으로 떠들썩하게 보도된 카네기재단의 「냉전후 정부개편방안」과 마리오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미국의 의제­새행정부의 청사진」,저명한 국제정치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지가 공들여 만든 「1백일 경제의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시민정권인수계획이란 단체의 「21세기의 필요와 능력의 관점에서 새 행정부는 사회정책상 임무의 중요성을 강조·확인하고 이 역사적 임무를 완수할 집단적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는 긴 제목이 붙은 건의서,새 행정부에 등용되어야할 79명의 민주당 여성인사를 추천한 여성단체들의 건의,여론조사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예산으로 시행되길 원하는 것들」을 제시한 정책을 말하는 미국인 모임 건의서 등 별의별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다.
한 핀란드시민은 자필로 썼다는 장문의 미국을 위한 정책권고목록을 정권인수팀이 일하고 있는 아칸소주 리틀록까지 찾아와 클린턴 보좌관들에게 전달하고 돌아갔다. 클린턴진영에 쏟아지는 정책권고는 이것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많은 다른 연구단체들도 이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온건보수단체인 미 기업연구소(AEI)는 이달말 이틀동안 「새대통령에게의 충고」라는 세미나를 갖고 그 결과를 클린턴당선자에게 보낼 예정이다.
한편 진보정책연구소는 다음달초에 경제성장에서부터 의료혜택·국제문제·환경 등 오늘날 미국사회에 관심사가 되고 있는 14개 이슈에 대한 정책을 담은 「변화를 위한 수임」이란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같은 연구기관들의 정책제시는 클린턴진영의 용역을 얻지않고 자발적이고 무보수로 행해지고 있다는데 특색이 있다.
이들의 경쟁적 정책제시는 이들이 12년전 헤리티지연구소가 해낸 역할을 꿈꾸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헤리티지연구소는 80년 로널드 레이건행정부가 들어서자 「지도력의 수임­보수주의 행정부의 정책경영」이란 정책지침을 발간했다.
이 지침이 새행정부의 정치적 교리를 담은 성서역할을 하면서 연구소 인물들이 행정부 요직에 많이 등용된바 있다.
클린턴 보좌관들은 이처럼 쇄도하는 정책들을 놓고 『클린턴당선자는 조언을 환영하고 이같은 갖가지 정책제시를 탐욕스러울 정도로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참모들은 『클린턴이 미국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내 실천할만큼은 현명하다』고 말함으로써 쏟아지는 정책제시에 무시당한 듯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또 많은 전문가들은 『조언이란 요청받을때 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요청도 안한 사람에게 어슬렁거리며 조언하는 것은 무례한 행위일뿐 아니라 그같은 충고들은 대부분 채택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익한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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