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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실리 다얻은 정 대표/신당과 통합한 국민당 향후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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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반양김 결집 표방” 설득력 더욱 커져/“득표력없는 인사흡수” 별무효과론도
국민당과 새한국당(가칭)이 16일 일단 통합을 선언함으로써 정주영후보의 대선가도에 세를 더했다. 더불어 통합세력이 양김씨에 이어 대선정국의 제3축으로 부동의 자리를 잡게되어 3인 각축의 경쟁양상도 한층 팽팽해질 전망이다.
물론 아직 새한국당의 내부문제는 남아있다. 15일 최종합의안을 두고 운영위원회를 열려고 했으나 일부 의원들이 불참한 상태에서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이 당사에 나타나 자신들의 법적 신분보장을 위해 먼저 창당대회를 갖자고 주장하며 농성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었다. 이에 따라 이종찬의원은 일단 신당창당후 공동대표 자리를 보장받고 입당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이 의원의 행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15일 밤늦게 열린 회의에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일단 통합이라는 원칙에 뜻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져 통합의 흐름 자체는 확정된 상황이다.
통합으로 일단 정 대표는 대선 세몰이 정치의 간판인 명분을 얻었다. 「반양김후보」라는 명분이다. 반양김을 주장해온 신당세력과 통합함으로써 양김씨를 청산하자는 대안세력의 단일화를 이룬 셈이다. 물론 박찬종후보가 있으나 보다 강한 득표 잠재력을 지니고 있던 신당세력을 끌어안았기에 단일화의 명분이 한층 강화된 측면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명분만 아니라 실리도 적지 않다. 국민당에서 공략하고자 하는 각곳에서 표를 더 할 수 있게 됐다. 가장 중요한 곳은 아무래도 서울·경기지역. 이곳에 주로 지지기반을 가진 이종찬의원이 합류한다면 적잖은 표를 더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대구·경북지역에서 박철언·유수호의원 등을 앞세울 경우 반YS정서를 자극해 상당한 표몰이가 가능하며 한영수·김용환의원이 지역기반을 두고 있는 충청지역 역시 뚜렷한 양김세력이 없는 지역이라 국민당은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이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들도 많다. 한마디로 『도움은 되겠지만 대선에 이길 만큼 대단한 세몰이는 될 수 없다』는 평가들이다.
이런 평가의 근거는 신당세력에 대한 평가절하다. 신당에서 통합해온 정치인들 자체가 일반 유권자들에게 크게 득표력이 없다는 것이다. 민자당에서 새정치를 하겠다고 탈당했다가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되자 「돈」의 유인에 따라 다시 국민당으로 들어간 행보가 정치인으로서 오히려 감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새정치」를 높이 주장했던 그들이 결국은 「재벌당」이라는 어울리지 않은 이미지의 국민당에 기착했다는 것이 대의명분상 비난의 근거가 된다. 특히 가장 많은 표를 몰아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종찬의원의 경우 민자당 후보 경선포기·탈당부인과 번복·김우중회장 파동당시 보여준 이중적 태도 등으로 『김이 다 빠졌다』는 혹평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국민적 실망을 산 부분은 통합과정에서 보여준 노골적 이해다툼이라 할 수 있다. 행동통일을 약속했으면서도 공동대표문제를 둘러싸고 대표간 합의사항에 불복하는가 하면,서로를 의심해 합의사항을 최종 마무리해야 하는 회의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등 일련의 행태들은 그들이 타파하고자 했던 「사욕의 정치」를 그대로 재현한 것일 뿐이라는 비판도 강하다.
같은 맥락으로 일부에서는 정치발전기금이라는 협상의 핵심고리를 비난하기도 한다. 『결국 돈문제냐』라는 질책이다. 새정치를 하자면서 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분명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새정치는 개인이 내놓는 목돈을 필요로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치 않는 것이 새정치며,정작 필요한 돈은 많은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소액 정치헌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새정치의 원론이라 할 수 있다.
통합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총체적으로 통합이 정 대표에게 득이 될 것임은 인정한다. 뭐라하든 두개의 세력이 하나로 힘을 합한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통합의 마무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고 통합 자체에 내재된 부정적인 점도 있기에 「통합국민당이 통합의 과실을 얼마나 거둘 것인가」는 결국 앞으로의 마무리 과정과 이후 융합정도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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