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부작용에 부들부들 ? 그래도 '실보다는 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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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호르몬 대체요법'(HRT)은 폐경 여성에게 득일까, 실일까?' 흔히 호르몬 요법으로 통하는 HRT는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중단된 여성에게 이를 보충해주는 치료법이다. 안면홍조.우울감.골다공증 등 갖가지 폐경기 증후군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2002년 5월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HRT가 유방암.심장병.혈전 발생 등 부작용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폐경 여성들은 전전긍긍했다. 의료계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도 환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영동세브란스병원은 최근 폐경 여성 285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HRT 치료에 소극적이거나 치료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 발생 위험성은=당시 연구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을 복용한 여성은 가짜약을 복용한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생 위험이 25%나 증가했다.

이에 대해 폐경학회 김정구(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회장은 "미국은 우리보다 유방암 환자 수가 훨씬 많을 뿐 아니라 유방암에 잘 걸리는 연령도 75~79세로 한국 여성(폐경 이전인 45~49세)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연구는 폐경이 된 지 상당 시간 지났거나(평균 연령 63세) 비만.흡연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이 결과를 우리나라 여성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임용택 교수는 "적어도 폐경 후 처음 5년간은 HRT 치료를 안심하고 받을 수 있다"며 "폐경 후 5년 이내에 받은 HRT 치료가 유방암.심장병 발생 위험을 높일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심혈관질환 발생률은=HRT 치료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29%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당초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국제폐경학회 데이빗 스터디 회장은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진이 최근 기존의 주장과 상반된 결과를 발표했다"며 "폐경 후 10년 내에 HRT 치료를 시작한 여성은 10년 이후에 시작한 여성에 비해 오히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스터디 회장은 50~60세의 폐경 여성에게 HRT 치료를 하는 것은 실보다 득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국내에 새롭게 출시되는 HRT 치료제 안젤릭의 경우 혈압을 내리고 체중을 줄여준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뇨병.치매 위험은=일부에선 HRT가 당뇨병.복부 비만.알츠하이머 치매.대장암 발생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직 논란이 있다.

NIH 발표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성분을 포함하는 모든 제품에 부작용을 알리는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했다. 경고문에 포함된 "에스트로겐 단독 또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병용 약물은 심혈관질환이나 치매 예방을 위해 사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은 아직 그대로다.

◆60세 이후 여성엔=60세 이상의 폐경 여성에겐 HRT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연령대 여성의 절반가량에선 치료를 중단하면 갱년기 증상이 재발돼 신중한 결정이 요망된다.

그래서 국내 대다수 병.의원에선 환자가 강력하게 원하면 HRT 치료를 계속한다. 60대 이후에 HRT 치료를 받을 경우 뇌졸중 등 위험이 증가하므로 심전도.혈압.인지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폐경기 호르몬 요법의 새 가이드라인

.호르몬 요법 후 높아지는 유방의 밀도는 유방암 발생 위험과 무관하다.

.폐경 여성은 건강을 위해 식생활.운동.금연.절주 등 생활습관과 호르몬 요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호르몬 요법은 각자의 증상,질병 예방의 필요성,가족력, 검진 결과 등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호르몬 요법의 효과나 위험 요인은 폐경 여성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45세 이전에 폐경을 맞았다면 심혈관 질환과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데 이들에게 호르몬 요법이 유익하다.

.호르몬 요법을 받는 여성은 매년 종합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호르몬 요법의 치료기간에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

.호르몬 요법시 사용하는 호르몬의 양은 효과가 있으면서 가장 낮은 용량이어야 한다.

.자궁이 있는 여성이 자궁내막암.자궁암을 예방하려면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복합제를 복용해야 한다.

자료=국제폐경학회(2007년 2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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