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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돈 빼내 1천억대 부동산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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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회사 돈으로 아들.사위의 유흥비에서 오피스텔 경락 자금까지.

26일 검찰이 발표(5차)한 공적자금 투입 기업 6곳의 오너와 임직원들이 망해가면서 벌인 어이없는 돈잔치다. 특히 일부 기업은 워크아웃 중에도 비자금을 조성해 탕진하거나 개인 축재(蓄財)에 이용했다.

2001년 12월 시작된 공적자금 비리 수사를 통해 이날까지 구속 기소된 사람은 75명, 회수된 공적자금은 7백61억여원이다. 검찰은 S.D사 등 10여개 비리 기업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다음은 검찰이 밝힌 주요 혐의 내용.

◆부도난 회사 법인카드로 아들.사위 유흥비=뉴코아 그룹 김의철 전 회장은 1999년 폐업된 뉴타운기획의 국세 환수금 14억원을 세무서에서 받아 개인 용도로 썼다. 채권단에 2백20억원의 빚을 지고 있을 때였다. 특히 회사가 97년 부도가 났는데도 2000년부터 2년 동안 회사 직원도 아닌 아들과 사위에게 법인 신용카드를 만들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그 카드로 1억4천여만원을 썼고, 그중 80%는 유흥비였다.

金씨는 2000년 이익이 없던 뉴타운산업의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를 허위 작성해 아들에게 회사 자금 7억원을 불법 배당하기도 했다. 또 화물차량 지입차주들에게서 거둔 차량 할부대금 7억2천5백만원을 빼돌리고, 회사 부도 이후에도 법정관리에서 제외된 계열사 장부를 조작해 4억1천7백만원을 자신의 급여.승용차 대여료 등으로 챙겼다.

◆부동산 경매에 회사 돈 유용=나산그룹 안병균 전 회장은 98년 ㈜나산이 부도난 뒤에도 회사 돈 40억원을 횡령해 가족이나 임원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부동산 경매자금으로 사용했다.

安씨는 경락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다시 은행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99~2000년 6개 계열사를 통해 건물.상가.골프장 등 부동산 8건(감정가 1천3백8억원)을 샀다. 이 과정에서 安씨는 처삼촌 朴모(67.불구속)씨가 계열사인 나산클레프 법정관리인으로 임명되자 朴씨와 짜고 계열사 자금 27억원을 빌려 부인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오피스텔 경락에 쓰기도 했다.

검찰은 또 安씨가 나산종건의 자금을 개인세금 납부에 사용하고, 자기 개인 명의로 진행하는 공사에 회사 자금을 지원하게 한 사실도 밝혀냈다.

그뿐 아니라 S종금에 담보로 제공된 나산관광개발 자산인 골프장 회원권 80장(시가 2백억원)을 부인이 대주주인 회사에 무상 양도하고, 나산 임직원 명의로 72억원을 은닉해 또 다른 계열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기업주 갈취까지=신호그룹의 경우는 기업주가 회사 돈을 빼돌렸을 뿐 아니라 이를 알게 된 회사 직원들이 기업주를 협박해 거액을 갈취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순국 전 회장은 97~2000년 펄프 수입 과정에서 3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썼다. 펄프를 실제 가격보다 고가에 사들인 후 그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을 사용했다. 지난해 2월부터 올 4월까지 이런 방식으로 조성한 18억원을 미국은행으로 도피시킨 혐의도 있다. 이런 사실을 알아챈 金모(37.구속)전 과장 등 회사 직원 3명은 "폭로하겠다"고 李씨를 협박해 3억9천만원을 뜯었다.

또 문창성 전 사장은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노조 무마 비용조로 2억3천만원을 가져가 생활비로 썼음도 밝혀졌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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