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어려운 이웃에 '아름다운 식당' 열어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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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중앙일보 2005년 5월 10일자 31면 기사를 재등록한 것입니다

"물고기를 주기 보다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외식 프랜차이즈인 신촌설렁탕의 장성배(35) 대표가 지난달부터 저소득층에 무료로 식당을 열어주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이 캠페인을 '아름다운 식당-희망점포 나누기 운동'이라고 이름 붙였다.

10일에는 아름다운 식당 1호점이 서울 중곡동에서 개업식을 연다. 설렁탕이 아니라 묵은지 찌개와 삼겹살로 업종을 정했다. 상호는 '시골 묵은지 삼겹살'. 장 대표는 "아름다운 식당은 신촌설렁탕 가맹점을 내는 게 아니라 해당 상권에 맞는 외식업 창업을 도와주고 인테리어 등을 무상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촌설렁탕은 이 10평 점포에 보증금과 주방집기.인테리어 등의 창업자금을 무상으로 빌려줬다.

1호점 운영은 전문대에 다니는 딸과 어렵게 살고 있는 여성 가장 전모(43)씨가 맡게 됐다. 전씨는 건강식품 관련 사업을 하다 실패해 2002년 말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전씨는 "돈이 없어서 창업은 꿈도 못 꿨는데, 도와주신 덕분에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점포를 낼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 했다.

식당 개업을 무료로 지원받은 대신 조건이 붙었다. 전씨는 매달 매출의 5%를 '아름다운 식당 기금'으로 내야 한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라는 취지다. 모은 기금은 아름다운 식당을 늘리는 재원으로 활용된다.

장 대표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며 "아름다운 식당-희망점포 나누기 운동을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속적인 사회봉사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은 점포 보증금.권리금이 비싼 만큼 지방을 위주로 연말까지 아름다운 식당 10곳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 90학번인 장 대표는 대학 시절 야학교사로 일하는 등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당시 봉사활동을 하면서 콩나물을 주는 것보다 콩을 심어주는 게 저소득층의 자립에 더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2년간 '부정부패추방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간사로 일했다. 그후 창업컨설팅을 하다 2003년 10월 신촌푸드를 세워 신촌설렁탕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가맹점수는 26개다.

서경호 기자

*** 바로잡습니다

2005년 5월 10일자 31면 "어려운 이웃에 '아름다운 식당' 열어 준다" 기사에서 무료로 식당을 열어 준다는 내용 등 일부가 잘못 보도됐습니다. 신촌설렁탕 장성배 대표는 "완전히 무료는 아니며 200만~500만원의 첫 재료비와 오픈 홍보비, 월세, 공과금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밝혀왔습니다.

또 신촌설렁탕 가맹점 수가 26개였다고 했으나 홈페이지에는 16개만 나와 있었습니다. 장 대표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와 달리 지금은 체인점 수를 일일이 세어 보지 못한다"며 "그러나 실제 체인점 수는 26개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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