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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art] 임대단지 '희망센터'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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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아파트 앞 공터에 꽃씨를 심은 강북 위 스타트 마을 아이들이 활짝 웃고 있다.[사진=최승식 기자]


강북 '위 스타트(We Start)' 마을(대표 이종숙)이 임대아파트 단지의 희망센터로 자리 잡고 있다.

2005년 12월 문을 연 강북 마을은 서울 강북구 번동 주공 영구임대아파트 2, 3, 5단지 158가구 231명의 아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는 1990년 국내 첫 조성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주민 20%가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다. 위 스타트 마을이 들어서기 전까지 이곳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보호자 없이 방치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또래 친구가 많은 위 스타트 공부방에서 선생님과 공부하고 친구들과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를 정겨운 공동체로 만드는 데 한몫한다. 어버이날인 5월 8일 강북 마을 강당에서 어린이 9명이 연극 '무지개 친구들'을 공연했다. 연극 강사의 도움을 받아 한 달 동안 연습해 올린 공연에 마을 어른과 친구 150명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 공연은 최근 전국 35곳이 참가한 2회 전국 위 스타트 마을 가족 자원봉사 축제에서 은상을 받았다.

아파트 단지 풍경도 변했다. 5월부터 아이들은 아파트 앞 삭막한 공터에 접시꽃.맨드라미 등 꽃씨를 심고 가꾸고 있다. 바로 옆 정자에 흙먼지를 뿌리던 공터가 파릇파릇해졌다. 강대규(초등 4)군은 "마른 땅에 새싹이 난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강북 마을 류한나 사회복지사는 "받는 것에만 익숙했던 아이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 남에게 베푸는 마음과 자부심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만 달라진 게 아니다. 컴퓨터 전문가인 한 장애인 아버지는 자원해 강북 마을 수십 가구의 컴퓨터를 점검하고 바이러스 퇴치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줬다. 그는 "주는 행복을 알게 됐다"며 뿌듯해 했다.

어린이를 위해 특별한 음악 부대를 만들어준 시각장애인 학부모도 있다. 지난달 15일 강당에서 톱 악기, 12줄 기타 등 보기 힘든 악기가 연주되자 35명의 아동은 한껏 즐거워했다.

원낙연 기자<yanni@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위 스타트 운동=빈곤 아동에게 공정한 복지와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삶의 출발을 도와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 주자는 운동이다. 중앙일보와 한국복지재단 등이 벌이고 있다. 홈페이지:westart.joins.com, 성금:기업은행 035-061482-04-011(위 스타트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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