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아이디 테크놀러지' 김경민 사장 "패스21 멍에 벗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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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인 2001년 12월 이른바 '패스21'사건이 터졌다. 지문인식장비 업체 패스21의 대주주 윤태식씨가 정.관.언론계에 주식 로비를 했던 것이 드러난 것. 2년이 지난 지금, 이름을 '리얼아이디 테크놀러지'로 바꾼 이 회사는 최근 일본에서 3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우리은행에 지문인식장비를 납품하는 등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회사 김경민(44)사장은 "직원 월급을 넉달 동안 못주기도 했고, 사무실을 옮길 때는 회사 전신이 패스21이라는 이유로 임대를 거절당한 적도 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金사장은 2002년 4월 윤태식씨 지분(46%) 전량을 83억원에 인수해 대주주가 되고 사장에 부임해 경영에 나섰다. 원래 그는 부산에서 운동화 자재 사업을 하며 옛 나이키 한국지사 등에 납품했고, 골프연습장도 운영했다.

패스21 얘기는 윤태식씨 변호사에게 들었다고 한다. 전부터 金사장과 알고 지내던 변호사가 "기술은 괜찮은 회사 같다"고 했던 것.

金사장은 "사건 전에 납품 계약을 했던 우리은행 관계자에게서 '기술력이 좋으니 계약을 유지하겠다'는 말을 듣고 바로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수 뒤에는 패스21의 이미지를 씻기 위해 회사 이름부터 바꿨다. 윤태식씨는 이제 이 회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렇지만 패스21의 그림자는 짙고도 길었다"고 金사장은 말한다. 우리은행을 빼고 다른 금융회사.IT기업들은 이미 했던 계약을 모두 파기했다. 바뀐 회사 이름으로 지문인식장비 입찰에 여러 차례 참여했으나 기술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패스21의 멍에 때문에 번번이 탈락했다고 한다.

당연히 매출이 거의 없었다. 결국 올 6~9월에는 월급도 못 주는 상황에 이르렀다.

金사장은 "직원들에게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하고 투자자를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일본 투자자는 2000년 일본 진출을 위해 현지업체와 합작으로 세웠던 리얼아이디재팬이 모았다. "리얼아이디재팬이 일본의 통신업체 KDDI와 납품 계약을 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어 투자자를 모을 수 있었다"고 金사장은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7억원가량을 투자키로 했다.

여기에 우리은행이 지난 11월 2천여대의 현금지급기에 이 회사 지문인식장비를 설치하는 등 매출이 생기며 리얼아이디는 정상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내년 3월까지 현금지급기뿐 아니라 모든 은행 창구에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金사장은 "우리은행이 다른 금융회사도 고객으로 끌어주기로 했다"며 "내년에는 최소 2~3개 금융회사에 지문인식 장비가 납품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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