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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과대안

동탄 등 신도시 개발 옳은 해법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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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토론 참석자들은 신도시 개발 정책의 필요성, 동탄신도시 개발의 효과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왼쪽부터 이상대 센터장, 최막중.강치원.조명래.변창흠 교수.김성룡 기자

정부가 화성 동탄2지구에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신도시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도시가 투기를 조장하고, 주택 공급의 과잉을 불러올 것이란 이유에서다. 반면 아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데다 질 좋은 주택에 대한 수요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신도시 정책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신도시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지를 놓고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했다.

▶강치원=부작용이 많아 신도시 개발을 통한 주택의 대량 공급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최막중=수도권에 한해 신도시 개발은 필요하다. 수도권에서 주택 공급이 많다고 하지만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좀 더 넓고 좋은 집을 찾는 수요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대=선진국의 대도시권에 비해 우리의 수도권은 시가지 면적, 주택 면적이 상당히 좁다. 이런 점을 해결하는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성 있는 대안이 신도시 개발이다. 향후 15년간은 대규모 신도시 개발 정책이 지속돼야 한다.

▶변창흠=현재 주택이 얼마나 부족한지, 주택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와 같은 현황이 제대로 파악돼 있지 않다. 수요 추정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그걸 기초로 만든 공급계획도 정확하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신도시를 계속 만드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또 지금까지의 신도시는 주택 공급에만 급급해 도시의 문화.공동체.역사를 도외시했다. 이런 식의 신도시 건설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조명래=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고, 주거의 질도 높아졌다. 이젠 대량생산 방식의 신도시 건설은 중단돼야 한다. 또 동탄2 신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많다. 정부 계획대로만 주택 공급이 이뤄져도 2010~2012년엔 공급 과잉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최막중=신도시를 통해 과거와 같은 대량생산 체제를 벗어나야 한다면서 주택보급률과 같은 과거의 양적 지표를 인용하고 있다. 1인당 주거면적, 1인당 도시용지, 1000명당 주택 수와 같은 질적 지표가 이젠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아직 공급이 부족하다. 특히 특화된 부분, 예컨대 좋은 주거환경을 갖춘 질 높은 주택은 여전히 부족하다.

▶변창흠=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수도권의 개발사업이 너무 많다. 동탄 2지구를 제외해도 택지개발 사업이 4500만 평,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1500만 평, 인천경제구역이 6300만 평이다. 미군 기지, 평택.아산 개발도 있다.

▶최막중=주택 공급이 충분해 공급 과잉까지 걱정해야 한다면 사람들이 주택 분양에 왜 그토록 매달리나. 그들이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걸 몰라서 그런 것인가.

▶강치원=양보다는 질적 수준이 중요하다는 주장인데.

▶변창흠=양이 확보된 상태에서 그 양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고려하면 질적 수준도 높아진다. 그런 점에서 높은 수준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신도시 개발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이상대=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의 인구가 2025년을 전후해 최고치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우리의 1인당 주택면적은 21.8㎡로 미국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40㎡)에 크게 못 미친다. 또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도 우리는 250가구인데 OECD 평균은 350가구다. 국민의 주거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주택의 추가 공급이 불가피하다. 신도시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변창흠=그런 지표로만 현상을 파악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 현재 오피스텔.상가주택은 주택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러 가구가 사는 다가구.단독주택도 한 주택으로 통계가 잡힌다. 이런 집을 모두 주택 수에 포함하면 1000명당 주택 수는 300가구가 넘을 것이다. 계획된 물량이 모두 시장에 나오면 350가구를 넘을 수도 있다. 또 선진국엔 단독주택이 많고 우리는 작은 평수의 아파트가 많은데, 우리 주거면적이 선진국보다 작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조명래=주택 공급을 위해 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언제까지 이렇게 할 거냐. 신도시를 만들려면 오랜 시간과 계획을 통해 제대로 만들고, 주택은 제대로 된 주택정책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 특히 토지나 주택의 공공성 강화가 주택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그래야 주택 가격의 왜곡 현상도 막을 수 있다. 또 양적 지표보다 질적 지표가 중요하다고 해서 신도시 건설의 정당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강치원=2025년까지는 수도권 인구가 계속 늘기 때문에 공급이 필요한 것 아닌가.

▶조명래=인위적으로 수도권 인구를 억제해야 한다. 자연 추세에 맡겨 놓으면 투기적 수요와 결합한 수요까지 생겨 끊임없이 주택을 공급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과 같은 신도시를 계속 양산해야 하는 것이다.

▶강치원=신도시 개발에 따른 문제가 많기 때문에 기존 도심의 재정비를 통한 주택 공급이 더 낫다는 의견에 대해선.

▶이상대=변 교수는 주택 수요에 대한 실태조사가 정확하지 못하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부나 지자체가 그에 대한 조사를 많이 하고 있다. 신도시 개발이 아닌 기존 시가지 재정비를 통해 주택 공급을 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몇 가구나 새로 공급될 수 있겠나. 경기도의 경우 기존 시가지에서 추가 공급될 주택은 현재 기존 주택의 10%도 안 된다. 교통 문제 등 때문에 외국처럼 기존 시가지의 밀도를 더 높이는 것도 쉽지 않다.

▶최막중=지금은 양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질적 측면에서도 주택이 부족하다. 다만 아파트 일색의 신도시는 탈피할 필요가 있다. 신도시 자체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조명래=주택 공급 만능주의로 가선 곤란하다. 지금과 같은 택지개발 방식, 분양 방식으론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신도시보다 기존 도시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게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다. 특히 우리같이 토지가 부족한 나라는 더욱 그렇다. 주택 공급은 재건축.재개발을 기본으로 해서 도시를 재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변창흠=신도시 건설과 관련해 투기를 막거나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있지 않다. 신도시 계획이 나오면 땅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거기다 집을 짓다 보니 싼 가격의 집이 나올 수가 없다. 이와 함께 신도시가 국가의 장기계획과 맞물려 입지가 선정되고, 건설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개발.보상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만 한다.

▶이상대=수도권 전체의 발전전략과 지방정부의 계획 속에서 신도시 개발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상위 계획과 신도시 개발계획이 연계돼 있지 않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다만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보상비를 지급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아직 신도시가 필요하긴 하지만 주택 공급만을 위한 신도시 개발은 억제돼야 한다. '도시 만들기', 즉 일자리와 주택이 균형 있게 들어서는 신도시 건설이 바람직하다.

▶최막중=투기나 개발이익 환수란 문제는 신도시뿐 아니라 재건축이나 재개발에서도 문제된다. 그런 부수적 문제 때문에 신도시 개발이 안 된다고 해선 곤란하다.

▶강치원=신도시가 계속 만들어지면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 심해질 것 아닌가.

▶최막중=균형발전 전략에 따라 수도권의 과잉 집중을 해소하려 한다면 정부가 수도권의 집값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 균형발전이 된다면 결국 수도권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갈 것이다. 하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수도권 집중 해소가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수도권에 공급이 더 필요한 것이다.

▶조명래=투기나 개발이익 환수 문제가 부수적인 것이라고 하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런 것을 가볍게 봤기 때문에 당초 생각했던 이상적인 신도시를 만들지 못해 온 것이다. 반대로 투기를 근절하고 개발이익을 제대로 환수할 수 있다면 신도시를 더 만들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게 안 돼 있기 때문에 신도시보다 기존 시가지의 재생이 더 낫다는 것이다.

▶최막중=그렇다면 기존 시가지 재생과 관련해 강남 재건축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변창흠=개발이익 환수 시스템 등 기본적인 장치가 제대로 돼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파급효과를 감안해 다른 곳의 재건축 사업을 진행한 뒤 강남을 손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리 =김준현 기자 <takeital@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