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조급증 고치자(자,이제는…:3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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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파란신호 켜지기전 차출발 일쑤
어디에서나 「빨리 빨리」 「얼른얼른」 서두르는 한국인의 조급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소문이 났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거의 예외없이 「닫힘」버튼을 눌러대는 버릇도 그같은 성격의 표현일 것이다.
『엘리베이터 출입문은 보통 7∼8초정도 지나면 자동으로 닫히게 돼있어요.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닫힘버튼을 눌러대면 그만큼 전기도 더 들지만 기계에 무리가 가 고장이 나기 쉽습니다.』
30일 오후 서울 가락동 H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고장수리를 하던 K승강기 주식회사 직원 정현씨(30)는 회사에 접수되는 하루 20건 정도의 엘리베이터 고장신고중 닫힘버튼 고장이 3건이나 된다고 했다.
전력낭비·고장도 문제지만 앞사람이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닫힘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뒤따르던 사람이 문틈에 끼이는 봉변을 당하거나 막 타려던 엘리베이터가 쏜살같이 올라가버려 당황과 함께 낭패감을 맛보는 일들을 누구나 일상에서 되풀이 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 낸 자료에서 에너지관리공단은 엘리베이터를 수동으로 조작,운행할 경우 운행횟수 증가에 따라 한번 여닫는데 1백25W씩 전체 소비전력이 3∼4% 늘어난다고 밝혔다.
엘리베이터 닫힘버튼에서 나타나는 우리사회의 조급병은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교차로에서 푸른신호전에 노란신호가 켜지자마자 갑자기 출발해 버리거나,앞차가 조금만 멈칫거려도 뒤에서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대기 일쑤인 운전자들. 음식점에서 음식이 늦다고 호통치고 심지어 공중전화부스에서 통화가 좀 길다고 살인까지 벌이는 세태.
「우물 가서 숭늉 찾는」조급증을 이제는 차분히 돌아보고 고칠때가 되지 않았을까.<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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