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들 연단뒤엎고 목사 폭행도/휴거불발… 전국 종말론교회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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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휴거신분증 찢어던지며 “사기다”/“영적으론 휴거됐다” 대구목사 주장/미·필리핀서도 기다리다 “울음바다”/다미선교회에 미 CNN 등 20여국 취재진 몰려
휴거소동이 전국을 긴장속으로 몰아넣었던 28일 밤과 29일 새벽 시한부 종말론을 신봉하는 각 교회에서는 휴거 불발에 따른 허탈감에 빠진 가운데 신도가족들의 항의 등 갖가지 해프닝이 꼬리를 물었다.<특별취재반>
○…다미선교회본부 행사장주변에는 CNN·로이터·NHK 등 20여개 외국언론사 30여명의 취재진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여 외국인들 역시 「10·28휴거」에 깊은 관심을 표명.
미국의 한 외신기자는 『다미·다베라선교회 등이 미국에 해외전도사를 파견,뉴욕 등 번화가에서 종말론을 큰소리로 외치고 다니는 등 위화감을 조성해 현지경찰이 단속활동을 펴기도 했다』며 『다미선교회 휴거설은 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고 소개.
○…다미선교회의 휴거가 불발로 끝난 직후 신도 50여명은 가슴에 달고 있던 「휴거 신분증」을 떼내 찢어버리는 등 노골적으로 교회측에 불만을 표시.
신도들은 『교회측이 휴거직후 하늘로 올라간 사람의 명단을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젖먹이까지 사진을 찍게해 휴거신분증을 발부했다』며 『휴거가 안됐는데 이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흥분.
○…대전시 용전동 다미선교회 제2지부 교회에서는 올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권모씨(24·K대 대학원)가 어머니 송모씨(51)·할머니 등과 휴거기도회에 참석했다가 기도회가 끝난후 밖에서 기다리던 형 등 가족들에게 이끌려 귀가해 눈길.
○…집단 유언장을 작성해 물의를 빚었던 부산시 연산4동 다미선교회 부산4지부 등 부산지역 네곳의 교회는 이날 1백명에서 50명까지의 신도·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9시부터 휴거예배에 들어가 오후 11시30분쯤 본격적인 통성기도를 시작.
부산4지부의 경우 70여명의 신도들이 엎드리거나 두손을 치켜든채 『하느님·예수님·아버지·주님·할렐루야』 등을 외치며 기도했으나 휴거 예정시간인 자정이 지나도록 휴거가 일어나지 않자 20대로 보이는 남자 신도 2명이 『사기꾼』이라고 고함을 지르며 성경책을 연단으로 던지는 등 소란.
○…29일 0시5분쯤 대구 새벽별교회(대표 황보관목사)에서 휴거예비집회를 갖던 일반 신도와 가족중 일부가 휴거가 일어나지 않자 『사기다』라고 고함치며 황보 목사에게 달려들어 연단을 뒤집는 등 소동. 황보 목사는 이들 신도들에 의해 교회안 목사관에 일시 감금됐으며 이 과정에서 황보 목사가 뺨을 맞기도 했다.
○…다미선교회 대구 제1지부는 예배를 갖고 이장림목사의 설교테이프를 시청했으며 휴거가 발생하지 않자 조헌기목사는 『휴거가 없어 애석하다』며 『이단으로 판정났다』고 고백. 또 제3지부를 맡고 있는 서종기목사는 휴거예배를 가지면서 『휴거가 되지 않는다해서 자살해서는 안된다』고 신도들에게 부탁하고 0시 이후에는 『여러분은 육체는 있어도 영적으로 휴거가 다 되었다』고 주장.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 타운에 있는 마라나타선교회(대표 안병오)는 휴거일을 두번씩이나 넘기고도 계속 휴거를 기다리며 예배를 보고 있다.
마라나타선교회 신도 2백여명은 한국시간으로 28일 휴거가 있을 것으로 알고 교회안에서 철야기도를 가졌으나 휴거는 없었다.
○…시한부 종말론 교회의 휴거예언이 들어맞지 않아 곳곳에서 휴거불발에 따른 소동이 일어난 28일 자정 한국 종말론 교회의 선교를 받은 필리핀 케손시티에서도 동시에 똑같은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밤 케손시티 교외의 한 건물 3층에 자리잡은 교회에서는 기자들과 다른 교파 관계자 등이 건물 주위에서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예수의 재림,「공중들림」을 갈구하는 약 2백명의 필리핀 신도들이 모여들어 울부짖음 속에 춤·찬송가로 쉬지않고 기도를 드리는 열띤 휴거준비 예배가 진행됐다.
그러나 휴거가 실현되지 않고 신도들이 우왕좌왕하는 혼란이 확산되자 한 지방종파의 「주교」로 불리는 임소냐라는 교직자는 『재림이 교통난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설득에 나서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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