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영입」 대세로/대안없어 막바지 진통겪는 신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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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추대파 목소리가 분위기 주도/이종찬의원 측근선 강한 반발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27일 밤 귀국회견을 통해 자신의 대선출마의사를 전달한 측근의 「광주발언」을 정면 부인함으로써 정치참여에 깊숙히 다가선 느낌이다. 그러나 신당의 핵심인 이종찬의원이 자신의 진로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등 김 회장 영입을 둘러싼 신당추진세력간의 진통도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새한국당(가칭) 핵심인사들은 지난 24일 김우중회장의 출마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부터 찬성파와 반대파로 확연히 나뉘었다. 이종찬·박철언·유수호의원 등이 적극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이자헌·김용환·장경우의원 등이 찬성하는 쪽에 섰다. 이종찬의원 등 반대파들은 재벌총수인 김 회장을 후보로 내세울 경우 신당이 표방하는 「새정치」와 맞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된다면 정주영의 국민당과 차이점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같은 반대파들의 목소리가 보다 설득력을 가졌고 더 우세한 분위기였으나 강영훈·노재봉 전총리,박태준 전민자당최고위원 등 후보대상자들이 고사의 뜻을 굽히지 않게 되자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태준의원은 26일 박철언·유수호의원이 포항으로 찾아가자 거처를 옮겨가면서까지 이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고사의 뜻을 분명히 해버린 것이다. 강 전총리 역시 27일 기자들과 만나 신당불참을 명백히 선언해 버렸다.
후보영입 및 창당작업이 절박한 상황에 빠져들자 김 회장 추대파들의 목소리에 점차 무게가 실리게 됐다.
김 회장 추대에 소극적이었던 박철언의원은 『이상적인 후보추대를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으나 잘 되지않아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밝히고 『최선이 불가하다면 차선이라도 택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다소 누그러진 입장을 보이고 있다.
채문식창당준비위원장은 『김 회장 영입에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사자의 의중을 파악하기도 전에 찬·반토론만 벌이고 있어선 안되며 따라서 금명 그분을 접촉,정확한 의사를 타진한뒤 신당참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우중회장 영입쪽이 대세를 잡는 것 같으면서도 김 회장 영입절차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이 있다.
이종찬의원은 물론 장경우의원까지도 김 회장의 신당참여선언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의원은 김 회장이 △신당의 이념과 뜻을 같이하고 △대우와 완전 단절해야 하며 △후보로 나설경우 중도에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기본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김용환의원은 『특정인을 후보로 모신다면 거기에 무슨 조건이 있을 수 있느냐』며 『신당쪽에서 무슨 조건을 내세우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당론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강 전총리와 박태준의원의 의사가 사실상 확인된이상 김 회장의 영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신당내부의 의견 집약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 회장이 귀국회견에서 신당측의 조건제시설에 대한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아무튼 이같은 이론에도 불구,가칭 새한국당은 후보문제를 조기에 매듭짓는다는 방침이어서 김회장의 신당참여 여부도 금명 판가름날 전망이다.
○…김 회장 영입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종찬의원과 김 회장 및 영입추진파 사이에 미묘한 갈등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신당구상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보고 「대고민」에 들어간 것 같다. 이 의원은 그동안 1차로 강영훈·박태준씨를 적극 설득해보고 이 작업이 실패하면 2차로 자신이 후보로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다듬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제2단계에 막 접어들 무렵,이자헌·장경우·김용환의원이 탈당파세를 업고 김 회장을 끌고들어온 것이다.
「새정치국민연합」으로 출발해 신당사무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이 의원 측근참모들은 27일 밤에도 회의를 열어 반김우중 입장을 정리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인사는 『새정치를 하겠다는 마당에 또다른 재벌을 후보로 내세우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종찬의원이 태도를 분명히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28일 아침 이 의원은 조찬약속을 취소하고 기자접촉을 피하며 자택에서 두문불출했다. 그는 우선 「김 회장 야심」이 어느 정도인지 재고있는듯 하다.
그러나 김 회장도 세게 밀고 드러올 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28일 밤 공항회견에서 『조건이야 후보로 나가는 사람이 내는거지』라고 이 의원의 조건을 일축했다.
이 의원은 김 회장과 탈당파가 밀고들어올 경우,명분을 만들어 「김우중후보」를 받아들이고 자신이 당대표쯤으로 앉든가,아니면 새정치연합세를 이끌고 독자노선을 걷느냐의 사이에서 고심중인 것 같다. 이 의원은 우선 윤길중·오유방·이영일 전의원 등과 연합해 김 회장의 진입을 막으려 애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김 회장의 최근 행태와 재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신당의 한 인사는 『만약 이 의원만을 빼고 대세가 김 회장쪽으로 기울때 과연 이 의원이 홀로서기를 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신성호·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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