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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서 화촉 밝힌 이라크 反戰 '인간방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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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라크전쟁의 포염 속에서 ‘인간방패’로 나서 반전 평화운동을 벌인 유은하(29·여)씨가 성탄절 이브에 경기도 동두천 기지촌 여성 등 그늘진 삶을 사는 어려운 이웃들이 하객으로 참석하는 의미있는 결혼식을 올렸다.

25일 다비타 공동체(대표 전우섭 목사·44)에 따르면 유씨는 24일 오후 6시30분 동두천시 보산동 주한 미2사단 앞 USA클럽에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회사원 이기영(27)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식은 다비타 공동체가 마련한 성탄절 행사의 하나로 열렸으며 양가 친척과 함께 기지촌 여성,혼혈아,후천성면역결핍증(AIDS)환자,알코올 중독자 등 공동체 식구 3백여명과 미군 10여명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유씨는 5년전부터 다비타 공동체 활동에 참여했으며 지난해부터 이씨와 자원봉사활동을 함께 하며 사랑을 가꿔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전목사가 추천한 전국 20여개 공동체에서 3개월간 순회봉사을 함께 하는 것으로 신혼여행을 대신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결혼식이 끝난 뒤 유씨 부부와 하객들은 동두천의 대표적 사창가인 ‘칠리’와 기지촌 여성들의 가정을 새벽녘까지 방문,공동체가 마련한 양말·스타킹 등 1천3백여개의 선물꾸러미를 나눠주었다.

다비타 공동체는 윤락녀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환자,버림받고 소외된 아이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결성된 모임으로 매년 성탄절을 맞아 이같은 봉사활동을 14년째 벌이고 있다.

유씨는 지난 3월 이라크전이 발발하자 배상현(27),한상진(38)씨와 함께 한국 반전 평화팀의 일원으로 바그다드에 남아 e-메일을 통해 미군의 폭격상황을 전하는 등 목숨을 걸고 반전운동을 벌였다.

동두천=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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