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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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대체 북한의 권력집단은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가. 정상적인 상식이나 이성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북에 의해 9년전에 저질러진 아웅산만행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그들은 다시 북경에서 노태우대통령 일행에게 위해를 가할 기도를 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한중당국이 사전에 첩보를 입수해 원천봉쇄함으로써 그러한 위해기도는 미수에 그쳤지만 그들은 고도로 훈련된 암살테러범 5명을 북경에 잠입시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뿐인가. 안기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대량 살상이 가능한 생화학무기를 대량으로 생산·비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미사일에 장착시켜 우리의 정치·문화·경제의 심장부이자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을 공격목표로 생화학전 훈련까지 하고 있다.
안기부 보고서는 북한측이 콜레라·장티푸스 등 무서운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13종의 세균을 생산하여,남한인구 4천만명을 전멸 또는 무력화시킬 수 있는 양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기관의 명칭과 위치,보유량의 수치까지 밝히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정보의 확실성과 그 잠재적 위해의 가공성때문에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북은 어쩌자는 것인가. 이미 북한은 우리와 함께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등록돼 있다. 우리와는 기본협정을 체결하고 그것을 토대로 화해와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대화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럴때 상대방의 국가원수에게 위해를 가하고 국제적으로 불법화된 무기를 생산하여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니 같은 한민족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현대세계에서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화생방전쟁이다. 화학무기·세균무기·방사성무기가 사용되는 전쟁이 벌어지면 인류가 절멸되고 지구가 파괴 내지 황폐화될 것은 자명하다.
북은 남한에 대한 혁명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을뿐 아니라,같은 민족을 상대로 핵무기 생산까지 기도하면서 남북간에 합의된 상호사찰을 거부하고 있다. 그에 더해 화학무기는 물론 가공할 세균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는 곧 필요하다면 같은 민족을 상대로 화생방전쟁을 벌여서라도 남한을 적화,흡수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세계는 이미 핵무기에 대해 확산방지의 단계를 지나 폐기·축소의 노력을 벌이고 있다. 생화학무기는 이미 1925년 제네바의정서에서 사용을 금지시킴으로써 국제법상 불법화됐다.
북한측은 요인암살이나 불법·악성무기의 대량보유 자체가 곧 개전이유가 됐던 역사적 사실들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게하고도 남북협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북이 하루빨리 이성을 되찾아 어리석은 시대착오에서 벗어나 문명세계에 합류해 오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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