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낸 세금 가난한 지역서 가로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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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리가 낸 세금이 우리 지방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가난한 남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불공평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벨기에의 부유한 상공업 지역인 북부 플랜더스의 바젤(Bazel) 시민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남부 왈롱 지역을 두고 한 불평이다.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거래 중심지인 앤트워프를 비롯한 네덜란드어권의 플래미시 주민들은 프랑스어권인 남부 왈롱의 공공부문 지출이 북부보다 두 배나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럴 바엔 차라리 나라를 둘로 분리하는 게 주민 복지 차원에서 낫겠다는 말이 나온다.

인구 5억을 자랑하는 유럽연합(EU) 내 도시와 지역 간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면서 같은 유럽시민으로서의 연대감이 날이 갈수록 느슨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1일 전했다. 부자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빈곤한 지역에 대한 지원이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갈 수는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의 부자 지역 카탈루냐도 비슷한 입장이다. 카탈루냐의 지역주의 정당인 '통합과 동맹당'의 지도자는 "이 지역 젊은이들은 스페인 다른 지역이 우리의 피를 마시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축구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챔피언스 리그'에 소속돼 있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독일 뮌헨이지 스페인의 다른 도시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선 패션과 금융의 메카인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과 나폴리 등 남부 캄파니아 지역 간의 갈등이 그치지 않고 있다. 부유한 북부지역 사람들은 남부의 마피아가 정부 지원금을 가로채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EU 회원국이 중동부 유럽으로 확대되면서 지역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영국 런던의 부자동네 소득은 EU 평균의 세 배나 된다. 반면 루마니아 동북지역은 EU 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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