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사 낙찰 특혜공방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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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누출·담합없인 98∼99% 불가능 국감의원/예산 공개로 근접입찰 생긴 것 발주기관
「공사예정가격의 98∼99%에 이르는 높은 낙찰률은 예정가가 사전에 누출됐기 때문인가,아니면 수주업체들의 놀라운 예측능력 때문인가」.
국회의 국정감사과정에서 각 정부기관들의 건설공사 발주내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의원들과 이들 기관사이에 「낙착률」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의 발단은 물론 도로·주택·토지개발공사 등 자체발주공사가 많은 기관들에서 거의 예외없이 벌어지고 있는 「신기할 정도로」예정가에 근접하고 있는 높은 낙찰가 때문이다.
실제 토지개발공사의 경우 89년이후 발주한 1백60건의 제한경쟁입찰중 44건에서 각각 1개사만이 예정가밑으로 응찰,공사를 따냈으며 나머지 입찰업체들은 모두 예정가이상으로 써내 결과적으로는 「들러리」가 됐는데 이들 44건의 평균낙착률은 99%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공사도 91∼92년중 발주한 건축공사의 평균낙찰률은 97.9%,토목공사는 93.9%,조경공사는 96.6%,각종 용역은 98.3%로 다른 기관들에 못지 않았고,특히 연기군 관권선거물의와 연관됐던 대아건설은 88년이후 충남도로부터 따낸 관급공사 51건중 수의계약분을 뺀 38건의 낙찰률이 98.6%나 돼 특혜의혹을 샀다.
현행 관급공사입찰제도인 「저가심사제」는 예정가보다는 낮고 직접공사비(예정가의 75∼85% 수준)보다는 높게 써낸 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한 업체가 공사를 수주하는 제도다.
따라서 98∼90%에 낙찰받기 위해서는 우선 예정가를 정확히 맞춰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은 일제히 그 이상으로 높게 써냈어야 하는데 이는(우연이 아니라) 정보누출·담합이 동시에 이뤄진 결과라는 것이 의원들의 주장이다. 도로공사의 경우 올들어 발주된 17건중 낙찰률 98% 이상이 7건,83∼86%가 9건으로 87∼97%사이는 단 1건에 불과했는데 하근수의원(민주)은 『이같은 양극화현상은 특혜성 입찰(98% 이상)과 공정한 입찰로 크게 구분됨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발주기관들은 우선 낙찰률이 높은 것은 ▲예정가자체는 비밀이지만 예산공개제도에 따라 추정은 가능하며 ▲최근에는 발주측이 예정가 사정에 근거가 되는 설계가격까지 공개,공사예정가에 거의 근접한 입찰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 기관은 또 「담합」이란 의혹의 눈으로 건설공사를 보려는 때문에 생긴 인식이며 특히 예정가격의 보안유지를 위해서 세가지의 예정가를 작성,입찰때 응찰업체로 하여금 무작위로 뽑게 하므로 사전정보누출이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전문가들은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발주기관·수주업체들이 같은 분야에서 오랜 관계를 맺어온 경우가 많아 「밀착」됐을 개연성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한편 내년부터는 예정가의 1백% 이상 응찰업체는 입찰자 취급을 안해 그럴 경우 공사를 유찰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들러리입찰」을 불식시키겠다는 일종의 고육지책이나 그 성과는 아직 미지수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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