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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영화 비디오 「잠식」심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외국 직배사의 국내 음반·영화·비디오시장 잠식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부가 국회 문공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음반의 경우 약35%, 영화는 약34%, 그리고 비디오시장은 70%가 외국 직배사의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진출한 폴리그램 등 5개 외국음반사의 90년부터 올9월까지 국내시장 매출액은 모두8백41억원이며 이중 1백38억원이 로열티로 본국에 송금된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높은 잠식률을 기록한 곳은 폴리그램으로 2백59억원의 매출에 57억원을 로열티로 송금했다.
이 매출액과 로열티 금액은 직배사가 통보한 자료에 따른 것 이어서 실제 매출액은 더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였다.
이중 매출액은 라이선스 도입계약에 따라 국내에서 복제·배포한 수량의 로열티와 완제품을 수입·배포한 수량의 매출을 합한 것이기 때문에 라이선스 계약이 거의 없어지고 완제품만 직배되는 내년에는 매출액이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되면 국내가요와 외국가요로 양분된 약 1천억원의 음반시장 중 직배사가 외국가요 쪽을 완전히 장악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외국음반사는 지난해부터 국내가요제작도 시도, EMI가 8집, WEA 5집, 폴리그램·CBS·BMG가 1집씩을 내놓았다. 이들은 좋은 조건으로 국내 인기가수들을 전속으로 묶어 국내가요 시장도 잠식할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배영하사의 경우 영화와 비디오를 연계, 국내영화계의 존립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번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UIP·20세기폭스·콜롬비아 트라이스타·워너브러더스 등 4개 직배사는 서울개봉관에서 6백59만9천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재 개봉관 관객까지 합치면 그 수는 약9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 서울지역 관객 2천6백30만명의 34%에 해당된다.
현재 13벌로 제한돼 있는 외화프린트 별수가 풀리는 94년부터는 미국 직배영화가 전국극장에서 동시 상영되며 시장점유율을 70%까지 올릴 것으로 영하계는 진단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독립영화사가 만든 영화도 직배사의 배급 망을 타고 세계에 배포되는 추세여서 한국업자는 미국영화 수입에서 거의 손을 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외화흥행에서 얻어지는 우리영화 제작자본이 고갈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의 미미한 우리영화 흥행실적을 감안하면 영화계가 잇따라 도산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직배영화 편수는 90년 43편, 91년 48편, 올해는 9월까기 45편으로 꾸준히 늘고있다.
직배사들은 약1천5백역원 선으로 추산되는 영하시장보다 1천억원 이상으로 규모가 큰 비디오 시장을 주 공략 대상으로 삼고있다. 영화는 성수기 프로로 연간수지를 맞추고 비디오로 이익을 극대화해 극장 흥행에서는 실패한 경우라도 비디오시장에서는 인기프로로 다른 영화를 압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 직배비디오 총매출액은 전체시장의 70%선인 1천6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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