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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지은이를 살려주세요”/영훈고 급우들 본사에 편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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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수술비 5천만원 없어 죽어가는데…”/홀어머니·오빠와 5평셋방서 생활
『지은이를 살려주세요.』
서울 미아5동 영훈고(교장 김권수) 허윤정양(18)을 비롯한 이학교 3학년 여학생들이 4개월째 서울 명동 백병원 1011호에서 투병중인 급우 강지은양(18) 살리기에 한마음이 되어 나섰다. 강양의 반인 3학년 12반 동료 60여명은 16일 각자가 쓴 편지 60여통을 본사에 보내와 도움을 호소했다.
『이렇게 맑고 밝은 가을하늘을 보면서 이 빛을 보지도,받지도 못한채 누워있을 친구를 생각하며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친구가 아파 죽어가는 현실을 그저 바라만보고 있어야하는 갑갑한 마음을 아시는지요­.』
『「러브스토리」「조이」 같은 영화에서 본 장면이 우리친구에게 현실로 나타나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서울 수유5동 5평짜리 단칸방에서 미장원을 하는 홀어머니,병원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는 오빠와 함께 살며 입시준비를 하던 지은양은 지난 7월초 방과후 갑자기 온몸의 기운이 빠지며 어지럼증을 느껴 백병원을 찾았다. 급성빈혈정도일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검사결과 엄청난 치료비와 고통을 수반하는 일명 「귀족병」으로 불리는 백혈병이란 진단이 나왔다.
입원일이 하루하루 더해지며 윤기 흐르던 지은양의 머리카락은 독한 항암주사·내복약 탓에 절반 가까이 빠졌고 얼굴·목도 둥글둥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지은양의 입원소식이 알려지자 같은반 학생들은 1차로 모금한 5백만원을 전달하며 빠른 쾌유를 빌었으나 『완치를 위한 골수이식수술을 위해선 최소 5천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병원측의 말에 애를 태우고 있을 뿐이다.
근근이 운영해온 가게도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문닫은 어머니 박정숙씨(48)는 『수술이라도 받게했으면…』하는 심정으로 시청 등 관계기관에 여러차례 도움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오빠가 한달에 20만원이상을 버는 등 경제능력이 인정된다』는 답신을 받았을 뿐. 박씨는 『보증금 3백만원·월세 20만원짜리 사글세방 처지에 그많은 수술비를 당장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상가상으로 21세된 지은양의 오빠도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 입대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처지.
학우들은 『지은이에게 새 생명을,저희들에겐 희망을 주실분은 어디 계시나요』라며 안타깝게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봉화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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