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병기와 마이 웨이 골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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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16면

“요즘 젊은 선수들과의 40∼50야드 거리 차이를 극복하기란 정말 힘들다.”

지난 3일 금호아시아나 오픈에서 7년 만에 우승한 박남신(48·사진)의 고백이다. 그는 2000년 집 뒷골목에서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를 당해 머리와 왼쪽 발목을 다친 뒤 오래 방황했다. 힘든 시간 동안 낚시를 하며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발목 부상 때문에 하체가 고정되지 않아 팔로만 스윙을 하다 보니 제일 먼저 거리가 줄었고 볼의 방향이 나빠졌다. 당연히 성적은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고. 7년 전만 해도 국내 통산 19승을 기록하며 ‘아이언샷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남신. 그런 그가 필드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할 수 없다는 현실은 자괴감을 안겨주었다. 권토중래를 꿈꿨지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박남신의 말 가운데 두 대목이 뼈저리게 다가온다. 첫째는 ‘거리의 문제’, 두 번째는 ‘팔로만 스윙을 하게 됐다’는 고백이다. 이거야말로 주말 골퍼들의 고민과 같지 않은가.

프로투어 무대에서 드라이브샷의 비거리가 40야드 이상 차이 나면 경기의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 박남신은 “젊은 후배들은 300야드대 드라이브샷을 우습게 친다. 그 친구들과 플레이를 하다 보면 거리 차이가 너무 나 내 페이스를 잃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물론 지난 4월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74.8야드(PGA투어 드라이브샷 부문 랭킹 158위)’에 불과한 초특급(?) 단타자 잭 존슨(미국)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등 세계 ‘빅5’를 모두 물리치고 마스터스에서 그린 재킷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코스가 더욱 길어진 가운데 동반 플레이어가 자신보다 40∼50야드 더 멀리 샷을 날리게 되면 그 기세에 눌리게 된다.

주말 골퍼들도 마찬가지다. 동반자 중에 자신보다 더 멀리 드라이브샷을 날리는 골퍼가 있으면 힘이 잔뜩 들어가 무리한 샷을 하게 된다. 자신은 7번 아이언을 잡고 그린을 노리는데 상대는 피칭 웨지 거리를 남겨놓았다면 허탈하기까지 하다. 박남신도 이런 상황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그 거리 차이를 극복했을까.

“내 마음을 다스리기가 더 어려웠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과의 거리 차이를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상대가 290야드를 치든, 300야드를 치든 의식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기란 쉽지 않다. 주말 골퍼들에게는 더욱 어렵다. 상대를 인정한다? 천만에. “어쩌다 잘 맞았겠지. 나도 그 정도는 때린다. 한창때는 파4 홀에서 원 온도 했다”며 덤빈다.

박남신은 ‘자기 골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8일(한국시간) 아시아 및 한국인 첫 LPG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박세리(30ㆍCJ)도 숱하게 이 얘기를 반복했다. 박세리는 “내 골프를 즐길 뿐”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클럽별 거리를 믿고 묵묵히, 자신 있게 샷하는 것이다. 상대의 거리나 샷을 의식한 골프는 이미 진 게임이다.

‘마이 웨이 골프’, 거기다 ‘비밀 병기’ 하나를 추가하면 이기는 골프로 갈 수 있다. 박남신은 “80∼90야드 거리에서 54도 웨지샷이 가장 자신 있다”고 말했다. 김미현의 ‘알려진 비밀 병기’ 우드샷 같은 특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존슨은 비록 ‘짤순이’지만 올 시즌 벌써 2승을 챙겼다. 그는 200야드 밖에서 핀 15m 이내에 붙일 확률이 PGA투어 선수 중에서 37위로 높다. 롱 아이언이나 페어웨이 우드샷이 그만큼 정교한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비밀 병기는 무엇인가.

JESㆍ일간스포츠 골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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