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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관』<전주중앙동>3대째 가업으로 이어온 비빔밥의 원조-정명일<농협전북도지회 홍보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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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내가 살고 있는 전주는 맛과 멋이 어우러져 있는 예술의 고장일 뿐 아니라 음식문화의 본고장이다.
전주지방 음식점들은 저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하고 있어 어느 집을 찾아도 미각을 즐길 수 있다.
그 중에서 내가 귀한 손님을 안내하거나 가족들과 함께 찾는 음식점은 중앙동 전주우체국 정문 맞은편 골목길에 위치한 「중앙회관」(0652)(84)6166∼7)이다. 이곳은 주인 김정효씨(여·38)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데 50년 전통의 전주비빔밥 원조로 옛 맛을 맛볼 수 있는 몇 집 안되는 집 가운데 하나다.
32종류에 이르는 갖가지 양념에 3대째 물려받은 손맛이 어우러져 전주비빔밥의 진미를 우려내는 중앙회관은 30여년 전부터 즐겨 찾던 단골집이다.
소 사골뼈로 우려낸 국물에 밥을 비빈 다음 미리 불에 달군 장수곱돌 그릇에 담고 집에서 담근 재래식 간장과 직접 까만든 입맛 당기는 참기름 등 갖은 양념과 도라지·고사리 등 산지나물로 맛깔스런 모양의 고명을 얹어 내놓는 이곳 비빔밥은 명성을 잃어 가는 전주비빔밥의 고유한 맛을 잇고 있다.
광주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을 때 경상도·충청도·강원도 등 타지역 전우 5명이 제대를 한달 가량 앞두고 전주 음식 맛을 보여달라고 졸라 주말외출을 이용,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곳이 바로 이곳 중앙회관이다.
조용하고 은은한 이 식당에는 방마다 고서·고화 등 전통 골동품이 가득 차 있어 옛 향취를 물신 풍기며 입맛을 더욱 돋운다. 타향에서도 이따금 「전주식당」에 들어가 비빔밥을 주문해 먹어보면 그 맛이 사뭇 다르다.
식당을 나오며 주인에게 전주가 고향이냐고 묻지만 더러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는 괜히 씁쓸한 기분이 든다. 전주에 가면 중앙회관에서 외로운 마음을 비빔밥으로 풀리라 다짐하며 차에 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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