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범한 재료로 빚은 비범한 공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3호 04면

포르토 건축대학(1986~93) 건축가 및 건축 실무자를 양성하기 위한 포르토 건축대학은 각 건물군이 모여 하나의 작은 도시를 만든 것 같은 형상이다. 실제로 각 건물군은 공용시설들로 연결되어 있다. 도서관 및 전시 복도 등에는 밖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공간이 펼쳐진다.

알바로 시자(Alvaro Siza)는?
알바로 시자는 1933년 포르투갈의 포르토 근처, 마토신호스에서 태어났다. 1954년 포르토 예술대학에서 학업을 마치기 전에 이미 첫 프로젝트를 해냈다. 55년부터 58년까지 페르난두 타보라의 사무실에서 일한 뒤 포르토에 개인 사무실을 열고 포르투갈과 유럽의 중요한 건축 작업을 맡았다. 66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해 76년 포르토대학교 건축과 교수로 임명됐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건축설계대학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보고타 로스안데스대학, 로잔공예대학교 등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50년이 넘는 작업 기간 동안 시자는 수영장부터 대규모 주거단지, 개인주택, 은행, 사무빌딩, 레스토랑, 갤러리, 숍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국제 예술비평협회 포르투갈 지부로부터 건축상(1982)과 ‘알바 알토 재단’으로부터 금메달(1987)을 수상했다. 하버드대학교 도시계획과의 ‘프린스 오브 웨즈상’, EEC/바르셀로나의 ‘미스반데 로에 재단’의 유럽건축상 그리고 건축가로서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프리츠커 건축상’ (1992)을 받았다.

시자와 모더니즘
알바로 시자는 20세기 모더니즘의 마지막 거장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단순히 모더니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의 건축은 유럽 고전 건축의 정수와 포르투갈의 지역색에 모더니즘이 결합된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한 특성 때문에 그의 건축은 지역적인 한계를 뛰어넘고, 동시대의 급변하는 건축물들 속에서도 세계적인 입지를 지닌다.

아베이로 대학 도서관(1988~95) 아베이로 대학 안에 있는 도서관은 푸른 바다가 전면에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이다. 옛날 도서관이 가지는 풍성한 도서관 내부공간을 그의 건축언어로 재해석해 보여주고 있다. 아베이로 대학 도서관은 현대 건물이지만, 고전적 도서관 건물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시자의 설계 진행
그의 건축은 상당히 실용적이고 실재적이다. 그는 건물 주변을 해석해 과거에 있어왔고, 현재에 있는 것,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되어야 할지를 예상하며 설계에 임한다. 건물을 사용할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건물을 짓는 사람들과도 어떠한 방법으로 시공해야 할지를 의논한다. 그가 설계하는 건물의 재료는 콘크리트ㆍ돌ㆍ나무ㆍ흰색 페인트 등 단순하고 흔한 재료다. 하지만 시자는 그런 평범한 재료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단순 기하학에 대한 해석과 재료의 물성을 이용한 접합과 변형이 그가 사용하는 공간 구성의 주요 어휘라 할 수 있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을 보면, 거시적으로 건물이 위치한 도시적 맥락을 해석하는 데서부터 건물 내부의 돌 조각들이 만나는 부분까지, 그의 디자인이 닿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건축물에서는 세심한 그의 건축 어휘와 거듭되는 새로운 시도를 느낄 수 있기에, 그를 이 시대 건축계의 거장(Master)이라 부르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연세대학교 경영대학(2007~2009) 투시도

안양 파빌리온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과의 대부분이다. 수업을 듣는 시간도 있고, 개인적으로 혹은 그룹별로 공부도 하고, 간단히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기도 할 것이다. 시자가 설계를 맡은 연세대 경영대학의 근본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하루를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시자와 작업을 하면서 나눈 대화 중에 건물의 마감 재료에 따른 유지관리 얘기가 생각난다. 학생들의 학교 기물 파손(vandalism) 때문에 건물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경험담이었다. 손도 닿지 않는 벽체에 발자국을 남기고, 낙서를 심하게 하는 일에 관해서 말이다. 이에 대한 시자의 생각은 명쾌했다. 그는 “좋은 공간, 좋은 건물을 경험하게 되면 학생들이 그 영향으로 변화해 상식에 어긋난 행동을 자제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좋은 건축물은 좋은 사람을 길러내는 비어있는 그릇으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신축 예정인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건물은 21세기 세계적 지도자상(Global Leadership)을 위한 교육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할 것이다.
경영대학 건물은 안산의 주변 낮은 봉우리를 고려해 그에 순응할 수 있게끔 건물 각 부분의 높이를 결정했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건물 지하 공간의 채광과 환기를 고려해 진입부에 넓은 ‘선 큰 광장’을 계획했으며, 건물의 전면부는 ‘선 큰 광장’으로의 개방감을 최대한 확보했다.
건물의 진입 부분인 도서관은 기존 연세대학교의 오래된 건물들의 축과 공간 크기(volume)를 따르도록 헤아렸다. 대강의실ㆍ원형 강의실ㆍ도서관ㆍ홀 등 건물의 내부에서 보면 단순한 재료들의 마감이지만, 밖에서 바라보면 섬세하게 디자인된 공간이 얼마나 풍성하고 다양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안양 파빌리온(2005)

안양 파빌리온(‘알바로 시자 홀’)은 안양 유원지의 아트밸리화 사업을 목표로 이뤄진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 2005(APAP 2005)’의 하나로 설계됐다. 아시아에 서는 시자의 최초 건축이었던 만큼 그는 깊은 애정을 쏟아 작업했다.
파빌리온이 들어선 터는 안양 유원지의 들머리에 줄지어 선 상업시설의 끝자락이었다. 한쪽으로는 산자락의 끝에서 하천으로 이어지는 자연경관의 연속이면서, 도로변으로는 상가들과 유원지의 공공 프라자의 접점에 위치했다. 기둥이 없는 돔 모양의 파빌리온은 어느 각도에서도 똑같은 형태로 읽혀지기를 거부한다. 주변의 다양한 경관 속으로 자유롭게 그 촉수가 뻗어나감을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파빌리온의 내부는 여러 개의 방으로 이뤄진 여느 전시 공간과 달리 단일 공간으로 이뤄지지만, 관찰자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스케일의 변화를 통해 주변의 풍경과 접할 수 있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