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 손수 꾸민 "우리가락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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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통예술의 큰 잔치인 대한민국 국악제가 올해 처음으로 명실공히 국악인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게 됐다.
올해로 12회 째를 맞는 대한민국 국악제는 문예진흥원으로부터 주최권을 넘겨받은 한국국악협회(이사장 전황)가 프로그램을 기획, 22일부터 4일간 서울·전주에서 전통예술의 대축제를 펼치게 된다.
특히 이번 무대는 역대 국악제와는 달리 총5백30여명이 출연하는 초대형 무대로 꾸며지는 데다 전통·창작국악을 고루 선보임으로써 설립 30주년을 맞는 국악협회의 대화합의 장을 유감없이 펼쳐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황 이사장은 『지금까지의 국악제는 국악인들의 의사와는 달리「행사를 위한 행사」로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고 『국악인의 손으로 넘어온 첫해인 만큼 가·무·악의 3박자를 고루 갖춰 전통공연예술의 맛을 만끽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국악제는 공연기간동안 날마다 성격을 달리해 프로그램을 구성, 관객들로 하여금 국악의 진수를 고루 맛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전 이사장은 『평소 6∼10명 정도로 이뤄지는 대풍류를 45명으로 구성하고, 종래 4명이 공연하던「사물놀이」를 40명이 공연하는 등 사상 유례없는 매머드 무대로 꾸며진다』고 설명했다. 또 가야금 병창에도 25명이 출연하며 남도민요·경기민요 등에도 30명이 무대를 가득 메우게 된다.
이번 국악제에 소요되는 경비만도 1억2천만원이나 되는데 출연료의 비중이 종래보다 절반 가까이 늘어난 전체경비의 70% 수준이어서 저명 국악인이 총출동하는 대형 무대임을 실감케 해준다.
이번 국악제의 하이라이트는 중국 연변의 전통예술인을 초청해 국내 연주와 비교해보는 「산조의 밤」.
현재 중국 연변예술학교 가야금 교수로 있는 김신씨(66)와 연변 음악가협회 이사로 있으며 독주 소조의 성원인 김동설씨(46)가 각각 안기옥류의 가야금과 최옥삼류의 대금을 선보인다.
특히 김 교수는 55년 평양음악대학 민족음악학부에 입학해 59년 기악과장으로 부임한 월북 음악인 안기옥과 그의 제자 임효숙으로부터 가야금 산조를 배운 사람이기도 하다. 전 이사장은 『앞으로 대한민국 국악제가 범국민 축제로 승화되고 전통예술 전 분야가 고루 발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지방 분산 개최를 통해 각 지역문화 활성화와 청소년층의 저변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공연일정은 다음과 같다.
◇개막제(22일 오후7시30분 국립중앙극장 대극장)-국립국악원 연주단·무용단 『대취타와 선유락』, 이매방 무용단·시나위합주단 『대풍류와 승무』등.
◇창작국악과 관현악의 어울림(23일 오후7시30분 국립중앙극장 대극장)=KBS국악관현악단(지휘 이상규)『파붕선』(김기수 작곡), 대금독주와 관현악(대금 박용호)등.
◇산조의 밤(24일 오후7시30분 국립중앙극장 소극장)=양승히 『가야금산조』(감죽파류), 이생강『대금산조』(한주환류)등.
◇전주국악대공연(25일 오후2시 전북학생회관)-박동진 판소리 『춘향가』(고수 이성근), 전북문화재·전북도립국악원 연주단『남도민요접속곡』등.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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