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우리만화 개발노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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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앙일보 10월7일자에 실린 「저질·불량일본만화」에 대한 노영수씨의 글을 읽었다. 노씨는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성과 폭력을 소재로 한 저질일본만화가 범람하는데 대한우려를 나타냈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유를 하지 않은 채 일본만화의 유통을 막는다면 결코 건전한 만화문화정착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첫째로 일본만화가 만화영화로든 책으로든지 간에 우리나라 만화보다 월등한 것은 사실이다. 노영수씨는 일본만화가 저질이라 비판했지만 사실상 일본에선 각종 전문서적도 만화책으로 펴낼 만큼 만화가 발달해 있으며, 그 중에는 상당한 작품성(?)까지 갖춘 수준 높은 작품들도 많이 있다. 그래서 국내의 청소년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이나 20∼30대 직장인들까지도 일본만화를 즐겨보는 것이다. 두번째는 국내방송사의 일본·미국만화영화 수입방송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TV방송국에서는 돈이 덜 든다는 이유만으로 일본 등지에서 만화영화를 수입 방영해 왔다. 결국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외국문화에 길들여지게 되며, 커서도 그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만화영화제작기술은 우리나라도 수준급이지만 제작여건이 열악하여 좋은 만화영화 공급이 어렵다고 한다. 여기에는 국내 대기업·방송사들이 충분한 투자와 지원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만화영화제작이 단기적으로는 손해보는 장사로 여겨지기 쉽지만, 일단 흥행에 성공하면 만화캐릭터를 이용하여 각종 상품판촉에 이용할 수 있는 등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 생각된다.
일본을 세계제일의 기술대국으로 만든 과학자들은 어릴 때데쓰카 오사무의 『우주소년아톰』을 보고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만화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매개체임을 이해한다면 더 이상 무관심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응석<서울 서초구 방배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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