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페스티벌 '대통령과 춤을' 현장에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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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회 '안티 페스티벌'이 8일 오후 7시 연세대학교 백 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다. 행사는'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로 잘 알려진 여성주의 문화단체인 '이프'가 기획했다.

9회 페스티벌의 주제는 '대통령과 춤을'이다. 13개 팀이 공연에 참여해 춤.노래.이야기.극 등으로 선거 공약을 내걸었다. 공연을 통해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비꼰 것이다. 총기획자인 진영씨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어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을 풍자하는 게 기획 의도"라고 설명했다. 관객 500여명이 공연이 끝난 뒤 13개의 빨간 돼지저금통에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저울로 무게를 다는 방식으로 순위를 매겼다.

1등인 안티상엔 620g의 동전을 모은 12번 '발끈미래당'이 차지했다. 서울사대 부속 초등학교 학생들이 나와 학생회장 선거를 대통령 선거에 빗대 어른들의 정치를 꾸짖는 게 내용이다. 그러나 처음 경쟁을 벌이던 후보 2명이 나중에 화해하는 해피엔딩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2등 웃자상은 '이바구당'이 받았다. 방송사에 근무하는 임나혜숙씨와 송정문씨가 여성 장애인과 할머니 연기를 하면서 여성 대통령이 왜 필요한지 역설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남자가 너무 수고했으니 이제 좀 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꼴당'(안양대 수화동아리 예손)은 대통령 당선자가 수화를 하는 청각 장애인이라는 공연으로 3등 '뒤집기상'에 올랐다. 이꼴당은 공연에서"모든 사람들이 수화를 할 줄 알면 청각장애인은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다"고 힘줘 말했다.

13개 돼지저금통에 모아진 동전은 희귀병 어린이 돕기 성금으로 쓰인다. 가수 하리수가 남편 미키정과 함께 참석해 "어렵게 결혼했지만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연을 관람한 박수민(26.회사원)씨는 "방송에서는 보기 힘든 정치 풍자들이 재미있고 신선했다. 답답한 정치 현실을 속시원히 풀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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