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주자들 2차 정책토론회 '날카로워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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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날카로웠다. 통계와 분석이 맞섰다. 동문서답도 줄었다.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하며 설전을 주고 받았다. 진행에도 속도가 붙었다. 규정 시간을 1초라도 넘기면 마이크 전원이 꺼졌다. 결론부터 꺼내는 두괄식 답변이 늘었다. 짧은 응답 시간을 최대한 아껴쓰려고 안간힘을 썼다.

8일 오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한나라당의 제2차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교육.복지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지난달 29일 광주 토론회에 비해 한층 짜임새 있었다는 평이다. 1차 토론회에서 '경제'라는 뜨거운 감자를 너무 싱겁게 요리했다는 평을 들었던 후보들은 저마다 나름대로 갈고 닦아온 교육.복지 정책으로 초반 기선제압에 나섰다.

교육 분야의 화두는 역시 대학 입시였다. 고교 평준화와 사교육,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문제가 서로 맞물렸다. 공교육 정상화와 공공 부문 역할론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명박 후보는 "고교 평준화 취지는 살리되 지역과 학교 특성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1차 토론회에서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미소와 추임새를 생략하고 "학생과 학부모만 바쁜 게 문제"라며 "교사와 학교도 경쟁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자"고 강조했다. 박근혜 후보는 강렬한 붉은 색 의상을 입고 한층 단호한 어조로"고교 평준화 존폐 여부를 놓고 16개 시도별로 주민 투표에 붙이자"고 했다. 주민투표 제안에 이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지역간 교육제도 혼선 등을 들어 공세를 폈다. 홍 후보는 "적어도 두세 차례 수능 응시 기회를 주고 대입에는 50%만 반영하자"고 했다. 나머지는 대학 자율에 맡기자는 주장이다. 원희룡 후보는 서울대 학부제 폐지와 국공립대 통합을, 고진화 후보는 사교육비 상한제를 각각 제안했다.

복지 정책에서는 이 후보의 '신혼 부부 집 한 채 주기' 정책이 홍 후보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홍 후보는 "해마다 25만 6000쌍의 신혼 부부가 탄생한다"며 "이들에게 모두 집을 지어주려면 동탄 신도시를 매년 두 개씩 지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파고들었다. 현실성을 지적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처럼 '무데뽀(無鐵砲.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라는 뜻의 일본말) 공약'같다"고 집중 비판했다. 이 전 시장은 "실수요자들은 3만 ̄5만 세대에 그친다"며 "주거 문제를 해결해줘야 출산율 저하를 막을 수 있다"고 응수했다. 후보 간의 날카로운 정책 공방은 오후 2시 20분께 시작돼 오후 4시 40분까지 2시간여 계속됐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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