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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수·김태균 "이제는 내가 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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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별이 지면 또 다른 별이 뜬다. 스포츠세계의 생리다. '국민타자' 이승엽(27)이라는 큰 별이 현해탄 너머로 사라진 한국 프로야구는 이제 그 빈자리를 메워줄 다른 별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

이승엽은 훌륭한 타자일 뿐만 아니라 반듯한 품성을 지녔고 삼성이라는 프랜차이즈를 등에 업고 커다란 별이 됐다. 실력과 인기.품성에서 모두 최고였던 이승엽의 후계자는 누구인가. 이른바 프로야구의 '더 넥스트 킹'을 찾아본다.

▶실력='2인자' 심정수(28.현대), 올해 타격왕 김동주(27.두산)가 첫 손에 꼽힌다. 심정수는 타격에서는 김동주, 홈런과 타점에서는 이승엽에게 뒤져 모두 아쉬운 2위에 그쳤다. 53개의 홈런을 때린 심정수는 23개에 그친 김동주보다 더 빛나는 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일성 KBS해설위원은 "안타보다는 홈런을 많이 때려야 스타가 된다. 3할타자보다는 홈런왕이 더 빛나는 게 야구다. 그런 점에서 입단 3년 만에 31개의 홈런을 때린 김태균(21.한화)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이승엽에 이어 프로야구 사상 두번째로 고졸 3년 만에 30홈런을 넘어선 주인공이다. 이승엽은 3년차였던 1997년 32개의 홈런을 때렸다. 김태균과 함께 '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선수는 타격 5위 이진영(23.SK)과 규정타석에 모자란 0.343을 기록한 정성훈(23.현대), 서울이라는 프랜차이즈를 등에 업은 박용택(24.LG) 등이다.

▶품성=이승엽이 '국민타자'라는 명예를 얻을 수 있었던 데는 모나지 않은 성품과 9년 동안 부상이나 기복 없이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는 부분이 한몫을 했다. 현재 품성에서 완성도가 높은 선수는 단연 심정수다. 심정수는 꾸준히 연구하는 자세와 자기관리에서 대형스타로서 부족함이 없다. 관중이 적은 현대 소속이라는 것이 핸디캡일 뿐이다.

LG 황병일 수석코치는 "이승엽은 겉이 아니라 속으로 똑똑했던 선수다. 잘난 척 안 하면서 속으로 상대를 꿰뚫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한화 김태균이 이승엽과 닮았다"고 김태균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기타=현대 김용달 타격코치는 "스타는 프랜차이즈와 인간성.기술에서 모두 일류여야 하며 한해 반짝하는 게 아니고 꾸준히 성적을 올려야 한다. 현대에 좋은 재목이 많지만 전국구 스타가 되려면 서울팀이나 최근 인기가 오른 SK(인천).롯데(부산), 팬이 많은 기아 등에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이병규.김재현(이상 LG).이종범(기아).홍성흔(두산) 등이 '당분간' 이승엽의 빈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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