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인터뷰 "10년간 노력하니 여기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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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과 인연이 많다. 일부러 이 대회를 명예의 전당 대회로 맞췄나.

"아니다. 우연이다. 그러나 첫 우승 대회가 명예의 전당 가입 경기가 돼 매우 특별한 느낌이다. 오랫동안 부진하다 지난해 우승으로 재기에 성공한 대회여서 더 그렇다."

-오랫동안 꿈꿔 왔던 것이 드디어 현실이 됐다.

"미국에 올 땐 정말 꿈만 가지고 왔다. 하루하루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벌써 10년이 됐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명예의 전당 선배들이 축하해주나.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카리 웹이 '하루 남았다'고 하기에 무슨 말인가 했더니 명예의 전당 가입 날짜를 카운트다운해 주는 것이었다. 소렌스탐은 부상 때문에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해 마주치지 못했다."

-이제 목표는 뭔가.

"그랜드 슬램과 '올해의 선수상'이다. 미국 오면서 가장 커다란 목표가 명예의 전당이었고, 그보다 작은 목표가 그랜드 슬램과 올해의 선수상 순이었다. 가장 큰 목표를 먼저 이뤘으니 나머지 목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랜드 슬램은 한 대회(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만 남았다."

-지난 10년 동안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 선수를 인정하려 하지 않더라. 메이저대회에서 2승을 했는데도 우연으로 여기더라. 태극기가 걸린 것도 내가 미국에 온 지 2~3년이 지나서다."

-10년 동안 변한 게 뭔가.

"실력이 많이 늘었다. 최고의 선수들과 접하면서 많이 배웠고 좋은 사람을 만났다. 여기에선 혼자 다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지내는 것도 배웠다."

-앞으로 10년 후엔 뭘 하고 있을까.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자리에서 뭔가를 이룰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으니 영원한 LPGA 투어 멤버이고 내가 원한다면 항상 투어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배들이 많이 축하해준다.

"후배들이 밥 사라고 난리인데 왜 매일 나만 사야 하나. (웃으며) 농담이다. 사실 대회 출전하고, 연습하고, 이동하느라 다 같이 모이기가 힘들다. 즐겁게 모였으면 좋겠다. 책임감이란 게 생긴다. 앞으로 후배들이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가 도와주고 싶다."

하버 디 그레이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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