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목적 아닐땐 석방 늦어질 듯/이란 피랍근로자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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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마약범들과 교환”은 성사 힘든 조건/범인 도주허용선서 협상이 최선책
이란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된 한국인 근로자 4명은 과연 언제쯤이나 풀려날 수 있을까.
한국인 근로자들과 피랍이 당초 알려진 것처럼 몸값을 노린 인근 불량배들의 소행이 아니라 국경을 넘나들며 마약을 밀매하는 국제범죄조직의 계획된 범행이며,이란경찰에 붙잡힌 동료마약범들의 교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근로자 소속회사인 (주)대우와 외무부당국자들은 크게 긴장하고 있다.
단순히 몸값을 요구하는 범죄라면 액수가 얼마든 간에 무조건 협상을 벌여 한국인 근로자들을 풀려나게 한다는 것이 대우측의 입장이었지만 피랍목적이 돈이 아닐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이란경찰은 범인들의 정확한 은신처를 확인하고 도주로를 모두 차단했지만 혹시라도 한국인 인질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일 이란당국이 범인들의 요구대로 붙잡은 마약범들을 풀어주고 납치범들의 도주를 허용한다면 한국인 근로자들은 곧 석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란당국도 자기나라에서 공사를 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다면 국제적으로 체면이 손상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피랍근로자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란처럼 엄격한 회교율법으로 다스려지고 있는 나라에서 범죄조직과의 협상은 원칙과의 타협이 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붙잡힐 경우 사형당하는 데도 불구하고 완전 무장하고 국경을 넘나들며 마약을 밀매해온 점으로 미뤄볼때 범인들도 결코 호락호락한 조직은 아님이 분명하다는 판단이다.
또다른 가능성은 일단 도주로가 차단됐고 포위망을 좁히다 보면 범인들이 인질들을 석방하는 대신 자신들의 도주를 허락해주도록 요구하는 선에서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란 경찰당국은 비록 시간은 걸리지만 이 방법을 최선책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범인들이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범인들은 더 큰 요구를 해올 것이고 이란경찰당국은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호르무즈·헤르만·쉬라즈 등 인접 3개주의 경찰력을 총동원,포위를 계속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범인들이 인질들과 함께 자살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동안 해외에 나갔던 동포들이 몸값·정치적 목적 등으로 납치됐던 사례는 많았으나 대부분은 시간이 걸려도 결국 석방됐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한 만큼 인내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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