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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X파일' 공방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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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 교포신문 The Sunday Journal 제공]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6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나에게 '하버드 출신의 아비트리지(차익거래) 전문가'라며 김경준(사진)씨를 소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의 핵심 측근이다.

한나라당 '빅2' 간의 검증 공방에 열린우리당 의원마저 뛰어든 셈이다. MBC 로스앤젤레스(LA) 특파원 출신인 박 의원은 김경준씨의 누나인 재미동포 변호사 에리카 김에 대해 "에리카 김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가까운 사이라는 건 LA 교민사회에선 다 아는 일"이라며 "에리카 김은 한국 유력 정치인들이 미국에 오면 꼭 자기 집에 묵게 하고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는 걸로 유명했다"고 기억했다.

-이 전 시장 'X파일'에 대해 정동영 전 의장이 안다는 주장이 있다.

"내가 LA 특파원을 해서 에리카 김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게 와전된 것 같다. 이 전 시장과 김씨 남매에 관한 얘기는 X파일이라 할 것도 없다. LA 현지 교민신문에 여러 번 보도가 나왔고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재판 기록도 있으니 관련 자료들을 공개적으로 구할 수 있다."

-이 전 시장이 언제 김경준씨를 소개했나.

"2000년 12월 당시 경제부 기자로 서울시청 부근에 있던 이 전 시장의 사무실(LK-e뱅크)로 취재를 갔다. 이 전 시장은 20여 명이 채 안 되는 직원을 '미국 명문대 출신'이라며 자랑했고 그때 김씨를 소개받았다. 그런데 그때 찍은 동영상에 대해 미국에서 김씨와 소송을 진행 중인 이 전 시장 측이 '증거 배제 신청'을 했다고 한다. 소송에서 불리하다 생각되는 증거에 대해 그럴 수 있다는데 왜 그 동영상에 대해 신청했는지 의문이다."

-주간동아에서 이 전 시장이 BBK의 공동대표로 기재된 정관을 보도했다.

"정관이 이 논란의 핵심인 것 같다. 이 전 시장이 공동대표였다면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했을 것이고 책임론이 제기될 것이다. 김씨는 미국 법정에서 이 전 시장이 '나는 더 이상 정치인으로 회생할 수 없으니 돈을 벌겠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증빙자료를 제시해 가며 BBK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명박 캠프 박형준 대변인은 1999년 10월 1일 만들어진 BBK의 정관을 제시했다. 정관엔 회사의 발행 주식 수가 240만 주로 돼 있고, 이사회 관련 조항에 이 전 시장의 이름이 없다. 하지만 최근 주간동아가 보도한 BBK 정관엔 주식 총수가 160만 주이고 이사회 의결 방식도 "이명박 및 김경준이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등의 조항이 있다. 두 정관이 전혀 다른 것이다.

박 대변인은 "말소 사항까지 들어 있는 BBK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면 발행 주식 수가 240만 주에서 160만 주로 바뀐 적이 한번도 없다"며 "주식 수를 160만 주로 하며 이 전 시장의 이름을 넣은 정관은 김경준씨가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주식회사의 주식 수 변경은 등기부 기재 사항이다.

박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은 LK-e뱅크를 설립한 뒤 김씨를 개인적으로 영입하려다 그나마도 몇 달 만에 접었다"며 "김씨가 운영하던 BBK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 누나인 에리카 김과 이 전 시장의 관계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지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캠프 진수희 대변인은 "당시 에리카 김은 한국의 유력 정치인을 많이 알았다"며 "이 전 시장도 그중 한 명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가영.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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