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유류세 인하해 기름값 낮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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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기름값이 요지경이다. 휘발유값이 16주 연속 오르면서 리터(L)당 1600원을 오르내려도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할 생각이 없다. 이 기간 국제유가가 16% 상승했는데, 정유사는 공장도가격을 32%나 올렸다. 지난주엔 정유사가 공장도가격을 L당 4원 내렸지만, 주유소 소비자가격은 4원 올랐다. 이 와중에 국민의 차 연료비는 올 들어 5월까지 7.8% 급등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의 네 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정유사는 '네 탓' 공방만 한다. 정부는 "정유사가 공장도가격을 부풀린다"고 하고, 정유사는 "유류세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유류세가 많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교통세.주행세.교육세.부가세 등이 덕지덕지 붙어 휘발유값의 60%가 세금이다. 다음달에 경유 세금이 다시 L당 35원 인상된다. 이렇게 거둔 유류세가 지난해 26조원에 달했다. 6년 새 10조원이나 늘었다. 오죽하면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에너지 세금이 가격을 왜곡해선 안 된다"고 말하겠는가.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가 꼼수를 내놓았다. 휘발유 수입 완제품의 관세율을 5%에서 3%로 낮출 모양이다. 하지만 수입 완제품의 국내점유율은 2%도 안 된다. 생색만 내겠다는 것이다. 정유사도 정부와 국제유가만 탓하기에는 낯간지럽다. 국제유가보다 공장도가격이 두 배나 더 올랐다. 유가가 오를 땐 값을 득달같이 올리고, 내릴 땐 미적거린 것 아닌가. 정부의 배짱과 정유사의 장삿속에 국민만 등골이 휘고 있다.

정부는 세금을 쉽게 거둘 생각만 하지 말고, 유류세를 인하하라. 세수 감소분은 탈루 세원 발굴과 방만한 지출 억제로 메워라. 아울러 정유사와 주유소의 유통구조와 담합 여부를 조사해 가격 인하 요인이 얼마나 있는지도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