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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합법침투 기도/중부지역당 간첩단사건의 전모/안기부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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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북사태 주동 황인오 입북 교육받아/「한민전」 강령입각 「애국동맹」 조직지도/각계각층서 2백41명 포섭 노동·운동권에 침투
이번에 적발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및 황인오·손병선·김낙중 등 3개 무전전첩망의 조직원이 3백95명에 이르고,그밖에 실체가 드러나고 있거나 실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인·영남·호남지역당과 정치권 및 재야·생산현장·학생운동권·언론·출판·종교계 등 각계각층에 구축된 간첩망을 포함하면 가담자는 엄청난 수에 이를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안기부는 이같은 대규모 공작조직이 뿌리를 내리게 된데는 해안선 경계·검문 등 대간첩 경계태세와 대공수사망,국민들의 대공 신고의식에 큰 허점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음은 안기부가 발표한 간첩단사건 개요다.
○중부지역당
경북 문경군출신인 황인오는 사북중 2년을 중퇴하고 광부로 일하면서 80년 4월 사북탄광 소요사건을 주동했다.
수배중 같은해 6월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장 폭파를 기도하다 검거돼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82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됐다.
황은 90년 7월하순께 민가협활동을 하는 어머니 김재순에게 접근한 거물급 남파공작원 이선실을 만나고 이 자리에서 또다른 공작원 권중현(50대)을 소개받았다.
권은 『사북사태는 의로운 민중혁명이었다. 황선생을 높이 평가한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황선생을 만나라고 해서 왔다. 손을 잡고 함께 일하고 싶다』면서 정체를 밝혔고 황은 8월5일 자정 평양방송을 통해 권의 정체를 확인한뒤 다시 만나 충성을 맹세하고 공작원으로 포섭됐다.
황은 90년 10월17일 강화도에서 이선실·김돈식(20)대 등 공작원과 함께 반잠수정을 타고 북한 해주해안에 내려 다음날인 18일 평양 순안비행장에 도착,사회문화부 부장 등 수십명으로부터 영접을 받았다.
평양인근 독립초대소에 7일간 수용된 황은 이곳에서 만경대·혁명열사능·주체탑 등 혁명사적지 견학,김일성·김정일찬양영화관람,김일성주체사상교육,사격훈련 등 간첩교육과 지하당 건설방법에 대해 교육받고 정식으로 노동당 입당식을 가졌다.
입당식 후에는 사회문화부장 및 권중현으로부터 『남한에 강원도당·충남도당·충북도당을 포함한 노동당 중부지역당을 결성하고 자생조직으로 보이기 위해 「민족해방 애국전선」으로 위장하라』는 지령이 내려졌다.
황은 이와 함께 공작금 5백만엔,권총 1정,소음기 1개,슐 11개,메모리형 무전기 1대,난수표 등 통신문건 1조,북한노동당강령·규약 등을 건네받고 같은해 10월23일 강화도를 통해 서울로 잠입했다.
황은 잠입 즉시 동생 황인욱에게 당원부호 「대둔산 21호」를 부여해 입당시키고 기관지 편집장에 임명했으며 12월초 부인 송혜숙도 입당시켰다. 권총·무전기 등을 보여주고 북한의 담보방송(북한과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지령방송)을 청취토록해 전민중당 성남을지구당 노동위원장 최호경·은재형 등 12명을 현지 입당시키고 북한에 보고,승인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기부는 황이 지난해 6월 최를 설득,그가 결성한 「1995년 위원회」를 흡수한뒤 7월29∼31일 사흘간 강원도 삼척시 호산해수욕장 부근 여관에서 합숙하며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위장명칭 「민족해방 애국전선」)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중부지역당은 황을 책임비서로 하고 검열책 최호경,선전책 장창호,조직책 정경수 등 3명으로된 중앙위원회를 두고 중앙위 산하에 강원·충북·충남도당위원회와 편집국을 설치하는 한편 강원도당위원회 산하에는 한민전 조직인 애국동맹(1995년 위원회 개칭)을 두었다.
황인욱은 편집국장으로 있으면서 북한 「구국의 소리」방송을 청취,「백두산」이라는 당정치신문을 제작,전대협 및 각대학 총학생회 등에 배포했다.
애국동맹의 지도총책인 최호경은 북한이 88년 11월이후 김일성신년사 등을 통해 95년을 「통일실현의 해」로 내세우자 95년 연공통일달성을 목표로 노동운동권 주사파핵심세력인 은재형 등 20여명을 확보,90년 12월 「1995년위원회」를 결성,이후 학원·노동·정치·언론·문화·예술·의료 등 각분야에서 2백41명의 조직원을 확보했다.
애국동맹은 한민전 강령에 입각해 강령·규약·김일성부자에 대한 충성선서문을 제정하고 조직체계를 「5·1노동동맹」「8·28학생동맹」「11·11농민동맹」「부문대오」,당정치신문 제작 소조인 「새날의 주인」 제작팀으로 나눴다.
「5·1노동동맹」은 대기업체 생산현장에 침투,각종 노사분규를 선동하고 「8·28학생동맹」은 학생운동권,「11·11농민동맹」은 농민운동에 침투를 기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문대오」는 언론·산업선교·연극·문화·예술·의료·공개단체별로 소조책을 두고 활동해 왔으며 언론부문은 『말』지기자 최진섭이 소조책을 맡아왔다는 것이다.
최호경은 소조원들에게 자력갱생의 원칙에 입각한 당운영자금 확보를 지시,7천5백여만원을 갹출,운영비와 비밀아지트구입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기부는 황인오가 90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41회에 걸쳐 북한방송을 통해 ▲미군철수,핵무기 철거,시장개방압력과 미군유지비 반대를 제기하며 반전반핵운동을 부각시키고 학생운동이 과격성·도덕성 시비로 고립되지 않게 종용할 것 ▲남북 왕래가 가능한 ○○○신문사 기자를 합법연락원으로 확보할 것 등의 지령을 수신했다고 밝혔다.
황인욱은 민주당 김대중대표의 국방위담당비서 이근희로부터 「92년도 국방예산 내용명세」외에도 「민자당 계파갈등 및 남북정상회담관련계보」 등을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기부는 이들조직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지난해 12월 「김정일 남한출현」이라는 유언비어 전단을 살포했고 올해초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을 축하하는 「충성의 편지」를 작성,각대학 총학생회의실과 강원도일대 주택가에 배포·우송했다고 밝혔다.
문화예술담당소조책 윤정환은 자신이 작곡한 「수령님께 드리는 충성의 노래」란 제목의 노래를,장창호는 「김정일찬양시」를 각각 전달했으며 특히 윤은 북한찬양가 7곡을 작곡,전파해 왔다는 것이다.<이하경기자>
◎이선실이 재야운동가 손병선 포섭/자금지원하며 지하조직 확대 추진
○민중당 지하지도부
손병선은 61년 부산대 정치학과 4년재학때 이념서클 「민족통일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반정부시위를 주동,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88년 「4월 혁명연구소」 설립을 주도하는 등 재야운동에 본격 투신한뒤 전민중당 대외협력위원장,부산진갑지구당조직책,조국평화통일위원장,서초을지구당위원장을 역임하고 최근에는 「4월혁명연구소」 운영위원장,「반핵평화운동연합」 공동대표,「평화통일연구회」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90년 2월 진보정당결성 추진때 이선실을 알게돼 같은해 4월 당시 민중당(가칭) 대외협력위원장 및 재정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이로부터 복사기 1대(5백만원 상당)를 기증받았으며 같은해 8월 공작금 5백만원을 받고 당원부호 「비봉11호」의 당원으로 포섭됐다.
손은 91년 4월 북한의 지령에 따라 부인 성순희(53),둘째딸 손민영(31·연세대 기계공졸) 등 2명에게 자신이 간첩임을 알리고 A­3방송지령 수신임무를 맡겼으며 손민영을 「비밀13호」라는 당원부호로 입당시켰다.
90년 8,9일 이선실로부터 세차례에 걸쳐 공작금 3천만원을 받았고 지난 6월초 서상일묘소 「드보크」에 숨겨진 미화 15만달러를 수수했다.
안기부는 이밖에도 손이 이로부터 권총 1정,실탄 12발,무전기 등을 받았으며 북한방송을 통해 『민교협 핵심동지를 선발,지하당 지역조직 건설을 확대할 것』『대선때 민주당후보를 밀어주며 이 기회에 침체된 대중운동을 활성화시킬 것』 등의 지령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손은 지난 8월16∼18일 중국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조선학 국제학술회의」에 참가,북한 부부장(60대)을 만나 민중당재건 및 둘째딸 입북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기부는 북한이 무인포스트를 통해 손에게 내려보낸 「민중당의 강령과 기본정책 방향에 대하여」라는 2종의 지령문건에서 새로 건설될 당의 명칭은 「노동당」「사회당」을 피할 것과 강령내용·지도부구성·야당과 연대투쟁방향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안기부 분석
안기부는 북한이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발표 등 남북관계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95년 적화통일실현」이라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은 정치국후보위원이며 권력서열 22위인 사상 최고의 거물급 공작원 이선실을 남한내 「한민전 지도부총책」으로 남파시켜 지하간첩망과 자생적인 친북연공세력을 묶어 제도 정치권내 합법적인 교두보 확보를 기도했다는 것이다.
안기부는 김낙중간첩사건은 조선노동당의 직접조종하에 적화혁명노선을 철저히 수행할 합법적인 전위정당 창당공작이며 황인오간첩사건은 비합법 공작전술을 통해 지금까지 가공단체였던 「한민전」 지하지도부를 실제로 구축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같은 대남전략 전술아래 남북고위급회담 등 합법적인 대화공작,비합법 지하당 공작,합법 정당내 교두보구축,통일전선형성 및 심리전 공작 등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는 것이 안기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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