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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사태 공권력 투입 제작복귀 분위기에 "찬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파행방송 장기화 우려 커져>
2일 공권력 투입으로 노조원의 파업농성이 해산된 MBC는 한달 간의 파행방송에 이어 프로그램제작 진통이 장기화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편성시간만을 따져볼 때 경찰이 투입된 2일이후 전체의 30%에서 50%이상이 정규방송이 아닌 프로그램으로 비상 편성되고 있다.
3, 4일의 경우 방화 『수잔브링크의 아리랑』, 외화『스캐너스』를 프라임 타임인 오후6∼7시대에 긴급편성하고 『US오픈테니스』『아시아청소년축구』등의 대형 스포츠 중계와 외화만으로 일관했다.
이득렬 전무 이하 국장급이상의 비상방송대책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는 MBC는 정규방송을 메울 프로그램을 확보하기 위해 되도록 방송시간이 긴 영화와 스포츠프로그램을 편성키로 하고 타 방송사와 관계기관에 중계권 등을 할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방송·스포츠·영화로 일관하고 있는 비상 편성방송이 방송절대시간의 축소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프로그램의 질은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뉴스의 경우동시통역자가 동원된 외신 뉴스를 주로 내놓고 있어「CNN중계」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4일에는 스포츠 뉴스가 일반뉴스보다 더 긴 시간 방송되는 기현상도 빚었다.
비 노조원인 간부들과 계약사원·외부 출연자들에 의해 비상 제작되고 있는 정규방송의 내용도 무리한 제작으로 시청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차츰 정규 프로그램이 줄어드는 형편이다.
대형 오락 프로그램을 혼자 제작하고 있는 한 차장급 PD는『평소 3명의 PD가 작업해도 힘에 부치던 프로그램을 혼자서 섭외·진행하자니 내용적 파행이 불가피하다』며『충실한 제작을 하려면 자칫 방송사고가 날 우려도 있어 소극적인 내용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례로 『일요일 일요일 밤에』「몰래카메라」의 경우 구성작가들과 출연자들에 의해 급조되면서 내용이 저열하고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집중적인 비난을 받자 4일부터는 결방되기 시작했다.
MBC고위간부는 미니시리즈·일일 드라마와『인간시대』『PD수첩』등의 다큐멘터리 정규프로그램들의 제작은 노조원들이 당장 제작에 복귀한다 해도 2개월 이상의 차질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제작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파업을 풀 경우를 대비, 당장 정상을 되찾기 위해 기획·자료수집·섭외 등의 복귀준비를 해놓고 있었으나 2일 공권력투입이후 완전히 일손을 놓게 돼버렸다.
가을 정기 프로그램개편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출연자·작가등의 계약이 만료되고「파업 때문에 출연계약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재계약이나 출연 제의도 거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장기 출장·외부촬영 계획 등이 취소되는 등 자체 제작프로그램은 전면 중지해야할 위기에 처해 MBC프로그램의 진통은 예상보다 엄청날 가능성도 있다. 라디오의 경우 대부분 임시 출연자들로 대체되고 있고 르포·보도물은 전면 삭제되고 음악방송 위주로 내용이 바뀌었다.
방송광고공사는 파업 한달간 MBC 광고수입이 20억원 정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하고 있고 재방송이 계속되면 계약파기로 인해 전체 광고액의 10%이상이 절대 감소된다고 밝히고 있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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